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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배달 기사(라이더)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50여개의 지점에서 1만7841명(지난해 12월 기준)의 부릉라이더들이 생계를 위해 매일 같이 부릉의 간판을 달고 길거리를 누비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그저 한 지점에서 발생했다고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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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코리아는 콜을 배차하고 배달기사를 관리할 수 있는 거점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250여개의 지점은 직영점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점은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본사 업무를 대행한다.
갑작스럽게 지점장이 교체된 것에 대해 메쉬코리아 측은 "해당 지점 라이더들로부터 기존 지점장이 이익을 부당하게 수취했다는 제보를 받았고 그것이 사실로 확인돼 계약을 종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배달 기사는 지점과 본사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달 기사와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지점이지만, 본사인 메쉬코리아가 일방적으로 지점과 계약관계를 해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약관계를 이유로 메쉬코리아 측은 지점장과 배달 기사 간의 문제엔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니 의무 혹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의미다.
메쉬코리아 측은 수입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는 등 기존에 배달기사들이 겪어온 악행들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라이더들의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배달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배달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절차적 수단이 없다"며 "메쉬코리아가 이미 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기사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점을 변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메쉬코리아 측은 "해당 지역의 이해관계자 전원과 면담 및 미팅을 수차례 진행하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중재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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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라이온유니온의 기자회견에서는 부당 해고 논란이 발생한 지점의 일방적 배송료 인하 문제도 제기됐다. 심지어 부릉 측은 배달 기사들의 동의 없이 거리당 기준가격을 낮췄다. 기존에는 기본 거리 0.9킬로미터당 기본배달비 3200원을 받았지만 기본배달비는 3000원으로 줄고 기본거리를 1.3킬로미터로 늘어 '더 달리고 덜 받는 상황'이 된 것.
이에 따라 배달 기사의 건당 수수료는 기존보다 최소 500원 줄어, 하루 평균 80건 정도 배달을 할 경우 한달에 150만원 정도 수입이 줄게 된다.
이에 대해 메쉬코리아 측은 "배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면 기존 판매가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며 "배달기사들의 수수료가 낮아진 것은 판매가가 낮아짐에 따라 발생한 결과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1인 가구에 생필품을 대신 배달하거나 심부름을 해 주는 '부탁해'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이후 배송과 배달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부릉'으로 특허를 받았다.
매출액은 창업 이듬해 1억7000만원에서 2016년 55억700만원, 2018년 731억46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월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급증에 힘입어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SK네트웍스 그리고 미래에셋으로부터 37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메쉬코리아의 높은 성장세는 라이더들의 업무 환경까지 꼼꼼히 챙기는 유정범 대표의 세심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유 대표는 라이더들의 근무 환경을 바꾸는 '부릉 스테이션'과 '부릉 어워드', '주유권 지급 프로모션' 등을 도입해 차별성을 꾀했다.
특히 유 대표는 지난달 6일 열린 부릉 라이더들의 축제인 '부릉 어워즈'에서 "부릉라이더가 오늘의 부릉이 있게 한 주역"이라며 "현장에 귀 기울이고 라이더분들의 근무환경과 제도, 사회적 인식 개선에 부릉이 한발 앞서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라이더들의 해고 사태와 배달료 인하 논란은 유 대표의 '라이더 상생경영'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 유 대표가 보여준 태도라면 이번 일방적 해고 사태와 관련해 선제적으로 중재에 나서 라이더들을 적극 보호했어야 했다"며 "보여주기식의 상생경영이 아닌 진정으로 라이더들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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