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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색 동호회·취미: 순사모] 뚝배기 만큼 뜨거운 순대 사랑…"맛집 지도 계획"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1-22 09:16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 순대.

그래서일까.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먹는 음식 중 하나다.

국내 순대의 기원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진 않지만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서 언급된 것을 보면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국, 찜, 볶음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순대.

식사 또는 술안주로 누구나 즐기지만 특히 순댓국에 빠져 동호회를 만들고 가입한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순대의 매력과 얽힌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순대국
2명으로 시작한 동호회, 1년 반만에 1600명 가입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장 골목. 가게마다 순대를 찌는 솥들이 뜨거운 열기를 쏟아낸다. 식당 '이모님'들은 이리저리 손님 안내에 분주하다.


이곳은 경기도 수원의 지동시장.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순대타운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지난 18일(금) 오후 7시, 이곳에서 '순대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순사모)' 회원들이 지역 '번개 모임'을 가졌다.

1년 반 전 2명으로 시작한 이 동호회는 현재 약 1600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회원 수가 늘었다. 남녀의 비율은 6대 4정도이며 주 연령층은 30~50대로 이뤄져 있다.

순수 동호회 모임이기에 월 회비나 가입비가 없고 참석 의무도 자유롭다.

다만 전국적으로 회원들이 퍼져 있어 전체 인원이 한꺼번에 모이긴 어렵고 지역별로 모임을 종종 연다.

이날 회원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여러 곳에서 출발, 2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참석했다.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온 주부뿐만 아니라 조기 퇴근한 직장인, 지방에 출장 갔다가 서둘러 도착한 강사 등 이날 모인 회원들은 순대 맛을 보기 위해 고생도 감수했다.

이날 모임의 메뉴는 순대곱창 볶음. 주로 순댓국을 주문하지만 이날은 새해 첫 모임이다보니 '외도'를 했다는 게 동호회의 설명이다.

테이블마다 순댓국 맛을 보고 싶은 회원들은 추가로 시키기도 했다.

음식이 나오자 탄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시작됐고 곧바로 바쁜 젓가락질이 이어졌다.

순대의 맛과 사이드 반찬 등 전체적인 테이블 세팅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이날 순대 맛과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회원들은 '대만족'. 15명이 '완순한(순대를 남김없이 다 먹은)'음식 가격은 약 9만원으로 가성비도 훌륭했다는 게 회원들의 평가다.

가성비 뛰어난 소울푸드…순대맛집 지도 만들 계획

이들의 순댓국 사랑은 유별나다.

거주지 인근의 맛집은 물론 다른 지역의 순댓국 전문점을 찾아 맛보고 평가하는데다 자체인증도 곁들인다.

조금은 버거울 것 같은 이른 아침에 순댓국으로 식사를 하고 인증사진을 회원들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아니라 주 5회 이상 또는 세끼 연속 순댓국을 먹는가 하면 출장길에는 어김없이 그 지역 맛집을 방문한다.

이들이 이처럼 순댓국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돌아온 답은 한마디로 '가성비'였다.

순사모를 이끌고 있는 곽동근씨는 "5000~7000원 내외로 따뜻한 고기국물에 푸짐한 순대, 내장고기 등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국에 들어가는 고기도 부위별로 식감이 제각각이어서 먹는 재미가 있다"고 예찬했다. 이어 그는 "웬만한 가게들은 국물 리필을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덧붙였다.

또한 순댓국은 옛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는 소울 푸드다.

중년의 한 회원은 "사회 초년생 시절 겨울에 시장의 허름한 골목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순댓국을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경기가 어려워 주머니 사정이 안좋았을때 고기가 먹고 싶으면 찾던 음식이 순댓국이었다"면서 "지금은 형편이 많이 좋아졌지만 순댓국 한 그릇하면 예전 고생하던 시절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순댓국 동호회를 만든 이유에 대해 곽씨는 "순댓국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인원이 늘었다"면서 "앞으로 전국 순대맛집 지도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순대 하나로 뭉친 '순사모' 회원들이 18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지동시장에 모여 지역 번개모임을 가졌다.
순댓국 쏘면 '절친 자격증' 발급 등 이벤트

이곳 동호회에는 소소한 재미를 주는 이벤트도 있다.

리더에게 순댓국을 사면 '절친 2급 자격증'을, 순대볶음을 쏘면 '1급 자격증'을 인증해준다.

이에 대해 리더인 곽씨는 "여러 회원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만든 것"이라며 "회원들도 재미있어 한다"고 귀띔했다.

이들에게 순댓국을 맛있게 먹는 법은 따로 있을까.

오로지 "개인 취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들깨가루, 새우젓, 양념장, 후춧가루, 청양고추 등을 적절히 넣으면 된다는 것. 본인의 기호에 맞게 맛을 재창조할 수 있는 것도 순댓국의 장점이라고 회원들은 귀띔한다.

실패하지 않는 순댓국집 선택 요령은 있다.

'순사모' 리더 곽씨는 "회원들이 직접 검증한 식당을 주로 방문하곤 한다"며 "순댓국에 대한 정보가 없는 지역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소를 가면 실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전통시장이나 그 인근엔 순댓국 맛집이 대부분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을 마칠 즈음 한 회원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성격 나쁜 사람 없다"면서 에둘러 동호회 자랑을 내놨다.

이들 동호회의 순댓국 사랑이 뚝배기만큼이나 뜨거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글·사진=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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