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3,제4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금융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지면서, 관심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출 가능성을 본격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이미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참여해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로, 남은 은행 중 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곳은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다.
우선 농협은행은 이대훈 행장이 새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에 10%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은행도 참여하려는 것. 특히 농협은행은 모바일뱅킹에 주력해온 은행으로 손꼽힌다. 모기업인 농협금융도 지주 내 콘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부문을 설립하고 디지털금융 최고책임자(CDO)를 선임하며 디지털금융을 강화해오고 있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3개 은행 중 가장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거 권용원 전 사장 시절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려다가 뜻을 접은 바 있는 키움증권의 재도전 가능성이 높다.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 최대주주인 IT서비스업체 다우기술이 보유한 키움증권의 지분이 47.7%에 달해 키움증권이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된다.
당시 법령상 비금융주력자는 의결권 있는 지분 4%로 한정돼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엔 특례법의 국회 통과로 상황이 달라졌다. 키움증권 자체가 온라인 기반으로 증권업을 영위해왔고,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은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업체여서 키움증권이 시장에서는 유력한 인터넷전문은행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다른 ICT기업은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유력 후보자로 간주되는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부정적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고, 케이뱅크와 함께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금융기관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ICT업계 큰 손'으로 꼽히는 넥슨과 넷마블 등도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대해 현재로서는 계획하고 있는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은행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와 인터넷 은행법 시행령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 인가방침을 만들고, 이르면 내년 4월 새로운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융위는 2015년 1, 2호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줄 때처럼 이번에도 여건이 된다면 제3, 제4 인터넷은행을 한 번에 뽑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4월 새로운 인터넷은행들이 예비인가를 받으면 본인가를 거쳐 2020년 하반기에는 새 인터넷은행들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인가 후 전산망 구축이나 인력 확보, 상품개발 등을 마치려면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015년 11월 예비인가를 받아 1년1개월만인 2016년 12월 본인가를 받았고 2017년 4월 출범했다. 예비인가부터 영업 시작까지 1년4개월이 걸렸다.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함께 예비인가를 받았지만 케이뱅크보다 약 3개월 늦은 지난해 7월에야 영업을 시작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