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허리야!' 허리통증 참다 '척추관 협착증' 키운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9-03 10:52




자료- 제일정형외과병원

서울에 사는 택시기사 김모씨(62)는 직업 특성상 매일 8시간 이상 앉아서 운전을 해야 한다. 종종 허리가 아팠지만 가벼운 직업병이라 여기고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운행 후 차에서 내리는 순간 "악" 소리와 함께 주저앉고 말았다. 종아리가 당기는 것은 물론 발바닥이 불이 난 것처럼 화끈거렸다. 김씨는 생업을 포기할 수 없기에 간간히 물리치료만 받아오다가 더 이상 치료에 효과 없어 척추 전문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요추 4, 5번 신경이 눌린 '퇴행성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비교적 빠르게 원인을 찾은 덕분에 인체친화적인 신경성형술로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간단한 시술을 받았다.

이 시술은 당일치료가 가능해 다음날 생업에도 지장을 주지 않았고 계속되던 통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의료진은 만약 좀 더 방치했으면 증세가 악화돼 신경마비도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에 주로 나타나는 척추관 협착증은 보통 수도 파이프가 막혀 물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척추 뼈가 퇴행성으로 변화하며 생기는 대표적인 척추 질환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뼈가 덧 자라며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신경관을 누르게 되고,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을 막는다.

신경이 막히는 과정은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환자 대부분이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중증의 환자가 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 협착증의 주된 증상은 먼저 다리가 무거워 지는 느낌이다.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가만히 서 있을 때, 보통 속도로 걸을 때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약간의 통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이런 증상은 날이 갈수록 자주 반복되고 심해져 결국 50~100m만 걸어도 다리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증세가 더욱 심해지면 엉덩이, 허벅지, 발바닥까지 통증이 오고 배뇨와 배변장애, 신경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증세가 비슷해 허리 디스크를 척추관협착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 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심해지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를 굽힌 자세에서 통증이 약해진다. 이에 따라 점점 허리를 굽힌 채 생활하게 되고 결국 '꼬부랑 허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 협착증은 증상 초기에는 물리치료와 보조기, 운동요법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할 수 있지만, 허리 디스크에 비해 보존적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 많은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령인 탓에 부담감을 느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고령 환자를 위해 비교적 간단하고, 치료 효과가 좋은 '신경성형술'을 많이 시행 한다. 신경성형술은 X-레이가 장착된 1mm 정도의 특수 카테터(관)를 척추의 병변 부위에 접근시킨 뒤 추간판과 신경 압박부위까지 정확하게 집어넣어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약물을 주입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전신 마취가 아닌 국소 마취 후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 중 직접 X-레이 영상을 확인하는 동시에 환자와 대화하며 정확한 염증 위치를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10~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면 시술 할 수 있어 체력적으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환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시술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성형술을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 다리에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는 환자가 체력적으로 약하고 동반질환을 갖기 쉬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수술 부담을 줄인 '미세현미경감압술'을 일반적으로 시행한다.

김홍식 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전문의 원장은 "나이가 많은 분들은 통증이 나이 탓이려니 하거나, 이 나이에 무슨 치료냐면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술이 간단하고 회복도 빨라졌다"며 "특히, 내과 전문의가 고령 환자의 심장에 무리가 가는지를 점검하면서 후유증을 막는 등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통증이 있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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