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올여름 북반구를 덮쳤다. 사상 유례 없는 무더위에 휴가객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산과 계곡, 강가는 물론 바다를 찾아도 폭염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 유럽 역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심지어 알프스조차 더웠다. 사람들은 당장 내년 여름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야 속수무책 당했다지만 내년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밴쿠버-토론토(캐나다)=글·사진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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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하고도 상큼한 느낌이 가득한 여행지가 있다. 바로 캐나다가 그러하다. 캐나다의 자연은 청정하다. 세계 그 어느 명소와 비교가 안 될 순수미를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캐나다의 대자연 속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다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
올여름 캐나다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횡단열차에 올랐다. 달리는 열차 차창밖에는 만년설과 빙하호, 짙푸른 초록의 숲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최고의 경관이 펼쳐졌다.
구속받지 않는 공간 '횡단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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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퍼시픽센트럴역. 횡단 열차 비아레일의 서부 출발지다. 역사에는 비아레일 전용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다. 대략 4일이 오롯이 걸리는 열차여행에 대한 기대에 잔뜩 부푼 이들이 모여 드는 곳이다.
비아레일은 화물 휴대가 색다르다. 큰 가방은 비행기처럼 화물칸에 미리 싣게 된다. 때문에 기내 캐리어 사이즈 가방에 사용할 물건들을 미리 챙겨야 한다. 쾌적한 실내 공간 활용을 위한 것이라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열차는 저녁 8시 30분 정시에 출발한다. 객차 21량에 디젤 엔진 기관차 2량이 연결된 힘좋은 열차다. 침대칸을 포함한 객실 차량, 식당 차량, 라운지차량, 그리고 천장까지 투명유리로 된 2층 전망 차량 등으로 차량이 편성돼 있다.
이번 횡단열차에는 승객 72명, 승무원 35명이 탑승했다. 흔히 로키마운틴 지역을 구경하고자하는 이들은 재스퍼·에드먼턴역에서 내린다. 위니펙에서도 많은 이들이 타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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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캐나다의 속살
4500km 대륙횡단은 캐나다 대자연의 속살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밴쿠버 시내를 빠져 나온 기차는 밤사이 쉼 없이 달린다. 낯선 진동과 흔들림이 차츰 익숙해질 무렵 창가가 어슴푸레 밝아온다. 오전 3시 30분, 캐나다는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여름철 먼동도 일찍 튼다. 4시가 되니 사방이 환해졌다. 여명 속에 펼쳐지는 풍광은 준 사막지대다. 키낮은 관목과 모래, 암석지대가 뒤섞인 단층 등 거대 지질공원이 펼쳐져 있다. 밴쿠버에서 본격 로키마운틴 지역에 접어들기 전에는 사막지형을 지난다. 인근 오카나간 지역은 와이너리로도 유명한 곳이다. 호숫가 언덕위에는 그림 같은 와이너리가 펼쳐져 있고 초겨울까지 매달린 포도송이는 캐나다의 명물 아이스와인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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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강, 프레이저강이 굽이치며 빚어내는 급류와 협곡 또한 장관이다. 강가를 지키는 흰머리 독수리의 이른 아침 사냥도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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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디안 라인에는 총 66개의 역이 있다. 열차는 6~7곳의 역에 20분~1시간30분가량씩 정차한다. 열차에 오른 이튿날, 캐나다 로키산맥의 관문격인 재스퍼에 첫 정차를 했다. 승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30분. 그 사이 짧은 시내투어를 하고 복귀해야 한다. 승객들은 갇혀 있던 열차에서 풀려나와, 로키 설산에 둘러싸인 도시, 재스퍼 거리를 산책하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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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먼턴을 지나며 창밖의 풍광이 달라진다. 드넓은 농토, 개활지가 펼쳐진다. 좁은 땅덩어리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정말 부러운 풍광이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평원의 모습은 중부 사스카추원주까지 이어진다. 10여 년 전 찾았던 주도 사스카추원은 작고 아담했다. 마침 이곳에서도 열차가 멈춰 섰다. 먼저 들어선 역사 대합실에 붙은 비아레일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Beauty Takes No Shortcuts!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데 지름길은 없다)'
장거리 열차 여행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캐나다 횡단열차 여행자를 겨냥한 문구다. '그래, 맞아!' 많은 이들이 옳은 소리라고 공감을 하게 되니 캐나다 국영철도 비아레일의 홍보문구는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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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펙을 기점으로 창밖 풍광은 또다시 달라진다. 너른 초지 대신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숲과 아름다운 호수가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이어진다. 가문비나무 고사목이 어지럽게 쓰러진 아름다운 습지도 곳곳에 펼쳐진다. 특히 이른 아침부터 기차는 호반 주변에 피어오른 물안개터널을 수없이 통과한다. 석양의 풍광도 아침 못지않다. 오렌지 빛깔에서 와인 빛으로 번져가는 캐나다의 저녁하늘은 낭만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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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열차의 라운지 칸에서는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요가 배우기, 퀴즈게임, 그림퍼즐맞추기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일정표를 보고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그중 하루 두어 차례 펼쳐지는 노래공연은 인기 이벤트다. 이번 횡단열차에는 20대 혼성 듀오 '제네시아'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기타리스트 남편, 보컬 아내가 감미로운 발라드풍의 노래들로 열차여행의 무드를 한껏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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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한 감옥' 캐나다 횡단열차에도 옥에 티가 있다. 긴 연착시간이다. 때문에 이용에 앞서 단단히 인내심부터 갖춰야 한다. 본래 캐나다 동서 횡단열차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물동량을 잇는 산업철도로 건설 되었다. 따라서 화물열차가 우선이다. 비아레일 관광열차는 단선구간에 앞서서 교행을 기다리며 늘 양보를 한다. 교행시간도 제법 길다. 보통 화물열차가 200~300량씩을 달고 다니니 10~20분씩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여정에서도 잦은 교행대기 덕분에 토론토역 도착이 10시간이나 지연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한 결같이 여유롭다.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데 지름길은 없다!'는 사스카추원 역에서의 학습효과 덕분일까? 여정이 안겨준 흡족함 때문일까?
캐나다 횡단열차여행을 마친 이들은 이미 장거리 기차여행의 노하우를 완벽히 터득한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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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항공편=에어캐나다(www.aircanada.com) 가 인천~밴쿠버(9시간 30분소요), 인천~토론토(13시간 소요)를 매일 직항한다.
캐나다 대륙 횡단열차 '비아레일(Via 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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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여행
◇문의=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www.keepexploring.kr) / 헬로캐나다(02-737-3773) 등 전문여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