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학성분을 기피하는 케미포비아(Chemiphobia·화학물질공포증)가 확산하면서 피부에 자극이 덜한 천연비누가 세안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천연비누 대부분이 함량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천연비누 24개 제품의 천연성분 함량 등을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주요국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6개 업체는 기존 비누 베이스(제품의 60∼90% 차지)에 일부 천연성분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었으나 비누 베이스 성분에 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나머지 16개 업체는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회신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현재 국내에는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이 없어 주요국의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을 준용해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전 제품이 해당 기준에 부적합했다고 결론을 냈다.
주요국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을 보면 미국의 경우 수분을 제외하고 제품의 95% 이상을 천연성분으로 사용해야 하고, 프랑스는 제품의 95% 이상 천연성분 사용, 5% 이상 유기농 원료를 함유해야 한다.
천연비누는 올해 말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내년 말부터 화장품으로 전환된다. 현재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안전기준준수 대상 생활용품(공산품)에 해당해 품명·중량 등 11개 항목을 제품에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표시사항을 모두 준수한 제품은 24개 중 1개 제품에 불과했다. '품명'과 '제조국'을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각각 21개(87.5%)로 가장 많았고, '주의사항'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제품도 18개(75.0%)에 달하는 등 제품표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해성분인 포름알데히드·디옥산, 보존료인 파라벤 6종과 유리알칼리는 전 제품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국가기술표준원에 천연비누의 제품표시 관리·감독 강화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주요국 수준의 천연화장품 인증기준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