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그동안 임직원이 출자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는데도 꿈쩍 않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뒤 개선에 나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9일 감사원의 '공공부문 불공정관행 기동점검 공개문'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일반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 청소서비스 등의 시설물 유지관리 계약 대부분을 KDR한국기업서비스와 수의계약을 통해 맡겼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은행과 KDR한국기업서비스와의 수의계약은 2013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20일까지 5년간 체결한 시설물 관리 관련 9개 계약 33건으로 총금액은 181억2300만원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 기획재정부 훈령인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목적과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해 수의계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외에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2013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20일까지 KDR한국기업서비스와 '365 자동화 코너' 청소용역과 본점 주차관리 도급, 연수원 종합관리 등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은행의 KDR한국기업서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또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추정가격이 1억원 미만인 물품·용역은 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간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은행은 2015년 3월 12일 추정가격이 약 9400만원으로 1억원 미만인 WM센터 근로자 파견 계약을 KDR한국기업서비스와 맺은 것을 비롯해 1억원 미만의 물품과 용역 9건, 총 3억9300만원을 수의계약이나 일반경쟁입찰로 일감을 몰아줬다. 감사원은 기업은행에 주의조치를 내렸고, 기업은행은 이를 즉각 수용해 더 이상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수용하고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하겠다"며 "과거 수의계약을 맺었던 계약들은 앞으로 경쟁입찰을 방식으로 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기업은행의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DR한국기업서비스의 기업은행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자생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은행의 KDR한국기업서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특혜 의혹을 수년간 끊임없이 정치권과 금융감독원 등이 지적했지만 바꾸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의 행우회 운영 실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은행이 행우회가 출자한 KDR한국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목 도모 모임인 행우회가 공정 경쟁시장 구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KDR한국기업서비스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총 매출은 1408억원으로 이중 매출 대부분인 1124억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발생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도 2016년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이 행우회 출자회사인 IBK서비스와 2010년부터 7년여간 1303억원 규모의 거래를 했으며 수의계약 비중은 52.8%(687억원 규모)라고 지적하며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DR한국기업서비스가 2016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행우회에 3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했고, 배당금은 행우회 가입 직원의 스마트기기 구입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줘 얻은 수익으로 결국 '직원 배불리기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또 2017년 5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통해 '행우회 출자회사와의 계약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는 지적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행우회 출자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문제는 수년째 지적됐던 내용"이라며 "기업은행의 변화 움직임은 환영할 만 한 일이지만 그동안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개선 여부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 등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