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먹는다."
4년전 지자체 선거 때의 일이다. 축산민들이 현직 도지사를 칭찬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려? 그럼 이번에두 또 찍어줘야 것구먼."
치료비 지원은 마사회가 열심히 벌어서 낸 축산발전기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축산 농가들은 전혀 모른채 도지사의 '은덕'으로 알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는 그래도 약과다.
축산발전기금의 수혜자인 대형 축산농가 운영자가 경마장외발매소 설치 반대 투쟁 대표로 나선 경우도 있었다.
마사회는 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가. 실컷 도와주고 뺨맞는 격과 흡사하니 혀를 차고도 모자랄 일이다.
사실 마사회가 매년 내놓는 축산발전기금은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지난해 번 돈으로 올해 납부할 돈이 무려 15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 돈 모두 축산업에 지원된다. 광우병, 조류독감 등의 방역비에서부터 폐사처리 된 피해 가축의 보상금, 치료비 지원 등 축산업 대부분의 분야에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재원이 모두 경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 리가 만무하다. 그 돈에 '경마표 지원금'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에 꼬리표를 붙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신문방송 광고를 통해 이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필자의 동네에는 건강검진 안내문이 배달될 때 다른 동네보다 한 통이 더 온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오는 것 외에 인근 발전소에서도 보내오는 것이다. 발전소 지원으로 검진 몇 가지를 더 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안내문의 내용은 검진 몇 가지를 더 받는데 필요한 신청 방법 등 가이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이기에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게 발전소의 지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발전소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그 공문을 학교에만 보내는 게 아니라 면사무소에도 신청안내 공문을 보낸다. 면사무소에서는 이를 각 마을로 보내고 이장들은 그 공문을 마을 밴드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한다.
발전소의 안내문이나 공문에는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 그렇지만 모든 주민들은 발전소 덕이라는 사실을 다들 안다. 이게 바로 '전기표 지원금'인 셈이다.
마사회가 사회 각 분야에 지원하는 재원은 발전소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것이다.
마사회는 그동안 널리 홍보하는데 주력해오기는 했다. 멋진 광고 디자인과 포스터도 제작해 만들어 붙이고 마사회가 지원한 'Life & Love with KRA'라고 써 붙인 차량들이 전국의 여러곳을 누비고 있다. 그것은 전시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국민들 곁으로 다가서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마사회도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서, 국민들 속으로 파고들어서 국민들의 친구로, 국민들의 도우미로 항상 국민들의 곁에 있음을 국민들의 마음속에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