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암의 예방과 조기진단, 적절한 치료를 통해 암 사망률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료 현장에서 많은 암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다 보면, 여전히 암과 암 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생갭다 만연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항암제를 맞으면 토하거나 상태가 나빠져서 고생만 하다가 더 빨리 사망하게 되니, 병원치료를 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 잘 먹고 좋은 곳 여행 다니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또, '나이가 많으면 암이 천천히 자라서 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라거나, '고기와 설탕을 먹으면 암이 빨리 자라니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등의 속설을 의사의 말보다 더 믿는 경우도 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의료진 모르게 건강보조식품이나 검증되지 않은 암 치료를 병행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이렇듯 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이 널리 퍼져 있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은 암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료진이 시간에 쫓겨 환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교육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환자들은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광고성 암 관련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쉽다.
실제로 암 치료와 관련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무수한 건강보조식품뿐만 아니라 암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들이 말기 암환자도 완치될 수 있는 것처럼 소개되고 있어 암환자와 보호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현대의학의 표준 치료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암의 진행을 억제해 생존기간을 늘리는 고식적 목적의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일수록 이 같은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
따라서 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됐을 때에는 해당 정보가 검증된 내용인지, 본인에게도 적용 가능한지를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에도 출처가 확실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환자들에게 암과 관련한 올바른 지식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면서,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단체와 정부기관도 이젠 암 치료 활동 자체에만 치우치지 않고 있다. 암 관련 지식의 교육과 홍보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는 '항암치료의 날'을 제정해 항암치료를 바르게 알리고 홍보하는 행사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국가암정보센터 역시 인터넷과 상담센터를 통해 암에 관련된 포괄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상시 제공하고 있다.
암 치료는 환자들에게 두렵고 험난한 과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통해 난관을 대처할 방법을 조언 받는다면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윤화 대전선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