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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 동네 상권]핫 스팟-핫 플레이스 ⑨'제2 열정도'로 부상할 연신내역 일대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7-11-08 07:56


인쇄공장 지역으로 재개발만 기다리던 허름한 곳이 국내 최고 상권으로 부상 중이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일대 상권인 '열정도(島)' 얘기다.

제대로 된 주변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열정도이지만 문화, 볼거리 등 새로움이 더해져 최근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상권으로 떠올랐다. 열정도는 '돈이 없지 자신감이 없나'라는 젊은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상권이다. 저마다 개성 있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을 선정했고,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매장을 열었다. 청년 창업자의 역할이 컸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한때 서울 최고의 상권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그 명성이 온데간데없는 연신내역 일대 상권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유한다.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상권으로 전락했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열정도 초기 상권 형성단계와 비슷하다는 것. 결국 연신내역 일대가 '제2의 열정도'로 탈바꿈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자체가 나섰다…은평구청, 문화공간 탈바꿈 주도

열정도는 과거 인쇄골목으로 불리던 원효로1가(문배동) 일대에 위치해 있다. 남영역에서 도보로 7~10분여 거리, 용산의 삼각지역에서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낙후된 건물과 좁은 골목,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던 특성상 재개발만을 기다리던 소위 '판자촌'에 가까웠다.

그런데 2014년 이후 젊은 청년 창업가들이 매장을 크고 작은 매장을 오픈하며 하나의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냈다. 2030 젊은 창업자들의 패기와 BC카드 등 대기업의 인프라 제공, 야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로 작은 공장 밀집 지역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켰다. 이들은 열정과 성실함으로 낙후된 인쇄 골목을 활력 넘치는 곳으로 만들었고, 이 거리를 열정도라 이름 붙였다.

열정도의 메인 콘셉트는 낙후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복고'다. 예전 허름한 건물에 '열정도 쭈꾸미', '열정 감자집' 등 이름도 투박하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오락실도 메인 도로 한편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20~30대 청년 36명이 모인 단체이자 기업 '청년장사꾼'이 2014년 동시에 서로 다른 메뉴를 내세운 7개 매장을 오픈하며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냈다. 열정도가 자리잡기전 2014년 이 지역의 임대료는 33㎡(10평) 기준 50만~70만원에 불과했지만 상권 성장으로 2016년 하반기 임대료는 100만~120만원, 올해 하반기 임대료는 130만~150만원(추정)으로 높아졌다.


연신내 상권을 주목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연신내는 최근 문화 중심의 상권 만들기에 돌입했다. 연신내는 2000년대 서울 서북부 최대 상권 중 하나였다. 연신내역을 중심으로 1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아우르는 상권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일산, 파주 등의 중간거점이란 점과 주택지역이 밀집돼 있는 지역 거주민이 많은 지리적 특성은 연신내를 연중무휴, 24시간 상권 형성의 발판이 됐다. 핵심 상권 도로에는 당시 국내 최대 상권 중 하나인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로데오거리'의 이름이 붙여졌을 정도다.

현재는 과거의 명성이 퇴색한지 오래다. 그렇다고 유동인구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노후된 이미지가 짙고, 타 지역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한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신내 상권의 단점은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주요 상권의 경쟁력으로 불리는 '문화 마케팅', '감성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먹고 마시는 게 전부다. 연신내 핵심 상권인 역 주변에는 브랜드 의류숍, 화장품가게,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 인형 뽑기 방이 있지만 주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리단길, 북촌 등과 같이 주변에 볼거리가 없기도 했지만 기존 명성만을 믿고 기존 상권에서 문화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움직임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연신내는 '제2의 열정도'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지자체가 변화를 이끌고 있고, 상가연합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은평구청은 홍대 상권에서 높은 임대료에 밀려나는 인디 밴드와 문화 공간을 유치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은평구청이 지난 6월 연신내 상권을 단순 유흥 중심에서 젊은 문화가 모여드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제1회 음식문화축제'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의 행보는 더욱 기대된다. 은평구청은 연신내 활성화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2019년까지 구비 7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하1층~지상2층 규모의 구립 생활음악지원센터 '음악 정거장'을 만들었고, 지역 문화허브로 키우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나는 홍대 앞 인디·밴드 문화공간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많은 유동인구 매력적…'장기적 관점' 접근 필요

연신내 상권 핵심으로 불리는 로데오거리 상권의 임대료는 열정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메인 거리의 상권은 다소 높게 형성됐지만 주변 지역의 임대료는 저렴한 편이다. 임대료는 33㎡(10평) 2010년 평균 200만~250만원을 웃돌았지만 2016년 100만~130만원으로 낮아졌고, 올해는 120만~1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열정도와 차이는 권리금이다. 기존 상권이 있었던 만큼 권리금이 존재한다. 메인 골목의 경우 2억원을 넘지만 메인 골목 외의 크고 작은 상가의 경우 5000만원 정도다.

권리금이 다소 높다는 점을 빼면 연신내 상권은 장점이 많다. 우선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1일 평균 연신내 상권의 유동인구는 8만명 이상에 달한다. 남부 최대 상권 중 하나인 사당역의 일평균 유동인구가 10만명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게다가 인근에 10여개의 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고, 배후 주거지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도 늘고 있어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미래의 가치를 더하면 유동인구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은평뉴타운 완공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연신내역이 2023년 개통될 예정이다.

상권은 유동인구를 먹고 산다. 이런 관점에서 연신내 상권은 매력적인 곳이다. 관건은 업종이다. 예비 창업자라면 기존 주점을 대체할 아이템을 활용하는 게 좋다. 기존 주점 형태의 아이템을 활용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거나 기존에 없던 아이템으로 도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과거 연신내는 지역주민과 일산파주의 거주자들이 잠시 들러 쉬었다가는 단순 주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상권에 가까웠다"며 "은평뉴타운이 완공되는데다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들어서게 되면 주 소비계층인 30~40대의 발길이 늘어날 수 있어 단가는 있어도 차별화된 아이템을 선정한다면 창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으로는 웰빙을 내세운 이탈리아식 젤라또 디저트 카페, 스페인 현지 음식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는 '클램' 등을 제시했고, 차별화된 아이템만 있다면 메인 상권이 아닌 주변 골목을 중심으로 낡은 건물의 리뉴얼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를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아울러 젊은 층이 편하게 찾을 수 있고 환승 등 이용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분식점과 샌드위치 전문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자체에서 인디 밴드 지원 문화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상인연합회 등에서도 함께 상권의 문화 공간 만들기에 나서는 만큼 젊은 소비계층이 증가할 수 있고, 10여개의 배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요 고객층이 확보된 상황에서 쿠폰 마케팅과 문화 연계 마케팅을 활용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제2의 열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동인구와 지역 거주민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큰 매장이 아니더라도 외식업의 경우 테이블 수가 적더라도 포장과 배달 중심의 영업 전략을 활용하기 좋고, 기타 창업의 경우 소비재 중심의 아이템 선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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