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3. 경기도 수원시 '변호사 이덕규 법률사무소'
'어려운 일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사업에 더 전념하세요.'
누가 봐도 고객 유치를 위한 상투적 문구다. 한데 그의 생활을 아주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 문구가 또 하나의 의미로 이어짐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그는 시간을 쪼개 미혼모, 노숙자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법률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상담에서부터 소송까지 다 봐 준다. 자그마치 연간 50건에 달한다. 명함의 글귀가 재능기부 대상에겐 '형편이 어려워 감당하기 힘든 문제는 저에게 맡기고 생업에 전념하시라'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뭐, 웅장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연히 사무실로 배달된 '착한가게 캠페인' 팸플릿을 보고 그냥 소득 일부를 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래 묵은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요."
그는 2003년 사법연수원 시절의 가슴 아린 기억을 되뇌었다. "연수원 프로그램 중에 봉사활동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시설에 가서 중증장애아들과 놀아주고, 목욕시키고, 식사도 함께하는 일정이었죠. 처음엔 몹시 서먹했습니다. 손길 닿은 것도 거리낄 정도였고, 밥도 안 넘어가더라고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느낀 불편했던 감정이 가시가 되어 늘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찔렀다. 다들 말로는 봉사, 봉사 하지만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때 절감했다. 그러고도 일에 떠밀려 살다가 착한가게 소식을 접한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안내문 한 장이 그가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셈이다. "몸으로 하는 봉사는 시간적으로 어려워 우선 돈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행하는 기부나 봉사가 이게 다는 아니다. 그동안 여러 구호단체에 비정기적으로 기부도 했고, 이런저런 시설에서 봉사도 했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직장인들과 어울려 만든 친목 모임을 통해 분기별로 장애인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장애아들이 유독 좋아하는 '바다 구경' 시켜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는 봉사나 기부를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제 딴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법률서비스를 하는데 그걸 당연시하는 분들이 계세요. 게다가 뭔가 성에 안 차면 화까지 내시더라고요. 마음이 상했죠. 하지만, 반성 또 반성했습니다. 나도 몰래 어깨에 힘준 건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생각 자체를 바꿨습니다. '봉사는 적선이 아닌데, 의무인데, 원래 해야 하는 것인데…'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상대가 화내면 제가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욱 낮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착한가게' 가입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만들어준 '착한변호사' 현판을 사무실에 걸어두는 것에 대해서도 몹시 겸연쩍어한다. 그에게 기부는 '원래 해야 하는 일'이고 '의무'인데 칭찬에 현판까지 따라붙으니 영 쑥스러운 모양이다. 그래도 현판을 보고 "나도 해야겠다"는 고객들을 보면서, 또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 녀석이 꼬깃꼬깃 모은 용돈을 미련 없이 구세군 냄비에 넣는 보습을 보면서 잔잔한 보람을 느낀다.
그에겐 조만간 실현할 가슴 따뜻한 목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연간 법률서비스를 100건으로 늘리는 것. 휴일 빼면 사흘에 한 건이다. 그래서 '매출 제로'인 법률서비스 전담 변호사를 고용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통 큰 착한가게'다. "지금은 매월 10만 원씩 기부하고 있지만, 나중엔 '전체 소득의 몇 %'와 같이 저 나름의 기준을 정할 생각입니다."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