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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초기 위암을 '잡아냈던' 이모씨는 올해 가족들을 위한 검진 상품을 고르고 있는데, 너무 선택해야 할 것이 많아서 차일 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호텔급 스파 서비스가 포함된 대형병원 풀코스 검진부터, 20~30만원 대의 전문센터 검진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어서 어떤 기관과 패키지를 고를 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검사 기기와 검사 인력, 검사 항목 등에 따라서도 가격차가 매우 크다. 모든 검사를 다하면 좋겠지만, 검진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또 같은 가격대에서도 어떤 검사를 선택하느냐가 고민스럽다. 건강검진 항목 선택과 관련된 궁금증에 대해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30대 딸·50대 아버지, 어떤 검사 해야 할까
-30대 : 30대에는 가족력에 따라 검사범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특성상 심장 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장질환은 평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건진이 조기 발견의 기회가 된다.
-50대 이후 : 50세가 넘으면 모든 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심혈관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심혈관 검사 중 동맥경화검사의 경우 혈관의 탄력을 보는 것으로 흡연자들이 검사하는 것이 좋고, 가족력이 있으면 경동맥 초음파를 보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폐경에 따른 골밀도 검사가 필수다. 대장암은 '실질적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대장내시경 중 발견된 용종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차단한다. 따라서 검사 준비가 힘들어도 성실하게 진행해야 한다. 60대에 들어서면 퇴행성 질환과 치매 등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
위내시경 vs 위장조영…어떤 검사 받을까?
기본적인 피검사나 소변 검사 외에 가장 많이 하는 검사가 각종 촬영 및 초음파 검사다. 미리 알고 검사받으면 도움이 되는 내용을 소개한다.
-위내시경 vs 위장조영 : 해마다 건강검진 시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인가, 위장조영술을 받을 것인가이다.
위내시경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검사시 불편감 등을 이유로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위장조영은 내시경에 비해 진단율이 매우 낮고 변비 등 부작용에, 방사선 조사량도 있는 데다 조직검사가 불가능한 단점이 있다. 목이 예민해서 내시경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제외하면, 내시경 검사가 적극 권장된다. 건진센터에 따라서 위장조영 기기를 아예 들여놓지 않은 곳도 있다.
-일반 vs 수면내시경 : 올해부터 수면내시경이 급여화 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수면 유도 주사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던 프로포폴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현재는 미다졸람을 많이 쓰고 있는데, '수면검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고령층에 대해서는 수면 내시경을 금하는 건진센터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반드시 사전 주의사항들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일반 내시경은 검사시 불편감을 잠시만 참으면 되기 때문에 검사시간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숙련된 내시경 전문 의사들이 검사를 하게 되면, '자극이 거의 없이' 검사가 가능하므로 일반 내시경을 고려해보는 것도 괜찮다.
-대장내시경 : 대장내시경은 밤새 장 정결제를 복용하고 장을 비워야하는 고통도 커서 이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복용량이 적은 양이나 알약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신장에 무리가 가거나 전해질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또, 검사의 어려움 때문에 캡슐내시경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건강검진에서 캡슐내시경의 보편화는 어렵다. 현재 캡슐내시경은 소장에서만 효용성이 높게 평가된다. 아직까지 캡슐내시경은 장을 지나면서 촬영하는 것 외에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볼수 없고, 특히 용종 절제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 X선 vs CT vs MRI vs 초음파 : 건강검진 전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방사선 문제다. 그러나 모든 검사를 방사선이 없는 초음파나 MRI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사선 조사량은 X선, CT, PET-CT 순으로 많아진다. 전문의들은 건강검진에서의 방사선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정 꺼려진다면 연이어서 검사하는 것은 삼가라고 조언한다. 기본적인 X선 촬영은 빠르고 전신 촬영이 가능하지만, 촬영한 단면만을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CT는 X선을 '3차원화'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조영제 알러지를 주의해야 한다. 조영제에 대한 거부 반응은 많진 않지만 예측이 불가능해서, 검사 전 피부 테스트 등으로 체크해야 한다. PET-CT는 암세포가 좋아하는 포도당을 활성화시켜 빛나게 하는 PET과 CT를 결합한 것으로 조기 암진단에 쓰이지만, 상당히 고가로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MRI는 비교적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방사능 우려에서도 안전한 검사지만, 고비용에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이 밖에 CT와 초음파 검사 중 선택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 검사는 유방 X선 촬영이 기본 검사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유선조직이 많고 지방이 적은 치밀유방이 유난히 많아 X선 촬영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유전자 검사란?
최근 건강검진에서 추가된 사항 중에 궁금한 것이 '유전자 검사'다. 혈액 속 DNA 검사를 통해 빈발하는 암의 발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 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특히 유방암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많이 하는 추세로, 안젤리나 졸리가 선제적으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해 유명해진 BRCA 검사가 대표적이다. 생애 딱 1번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한번에 모든 질병의 유병률을 알아볼 수는 없고 정해진 질병의 가능성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질병은 유전적인 소인 뿐 아니라 생활습관 등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한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도움말 : 송호진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 김지민 강북삼성병원 서울검진센터 교수>
[국가검진 100배 활용법]
검진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5대 암 등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진을 잘 활용해도 주요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국가검진은 만 20세 이상(만 30세 이상에서 2016년부터 앞당겨짐) 자궁경부암, 만 40세 이상 위암·유방암, 만 50세 이상은 대장암 검사 등 암 검사를 비롯해, 만 70세 이상 치매선별 검사 등 연령대별 필수 검사를 포함한다. 특히 만 40세, 만 66세 등 '생애 전환기'에는 각종 검사를 추가해서 받을 수 있다. 만40세에는 B형 간염과 우울증, 만 66세에는 골밀도, 노인신체기능, 인지기능 장애 등에 대한 검사가 추가된다. 이 외에도 건보공단에서 특정 위험군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 검사가 있다. 지난해부터 만 40세 이상으로 간염이나 간경화 등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2가지 검사(간 초음파검사·혈청 알파 태아 단백검사)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시범 실시되는 검진도 있다. 우선 지난해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에게 C형 간염 검진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또한 30갑년(30년동안 하루 한갑 흡연) 이상 흡연력을 가진 55~75세 중 8000명을 대상으로 폐암 시범 검진도 실시한다.
국가 검진은 인구통계학적으로 한국인에게 많은 질병들에 대해 연령대별로 추가했기 때문에, 검사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필수 항목들은 포함돼 있다. 단, 가족력 등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검진 외에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