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도입 6년 만에 가입자 700만 돌파를 앞둔 알뜰폰시장에서 업체 간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알뜰폰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684만명이다.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1.4% 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알뜰폰 시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활성화 종합 계획을 발표한 2012년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가입자 수는 2012년 말 127만명에서 2013년 248만명, 2014년 458만명 등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데 2015년에는 592만명으로 증가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가입자 증가율이 16%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0%를 기록한 이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됐다"며 "이통3사 등이 정부의 가계통신료 부담 줄이기 동참과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저렴한 통신요금제를 선보인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뜰폰업체는 그동안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적자임에도 저렴한 가격의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었다"며 "성장세 둔화가 계속 된다면 누적적자의 증가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알뜰폰업계는 이 같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알뜰폰업체가 다양한 요금제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 범위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알뜰폰업계가 선보인 '제로요금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에넥스텔레콤은 지난해 1월 기본료 없이 음성 통화 5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1월에도 2년 약정 시 기본료 없이 무료 데이터 100M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였고, 출시 첫날가입자는 3000명에 달했다.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지모바일도 기존 통신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월 2만9700원에 데이터 6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았고, 헬로모바일은 올해 초 쓰다 남은 데이터를 요금 할인으로 돌려주는 유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알뜰폰업계는 약정 시 기본료를 깎아주는 '반값 요금제'와 통신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제휴카드도 늘리고 있다. 기존 우체국 중심의 유통망은 편의점과 온라인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판매 단말도 갤럭시S7과 V20 등 프리미엄폰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저렴한 통신료를 고집했던 중장년층 대신 통신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청소년 층 공략에 나선 곳도 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아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50% 요금 할인을 제공키로 했다. 5월까지 LTE 단말기를 구매하고,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20% 요금할인으로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하면 약정 기간(24개월) 동안 50%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4월까지 우리 위비카드로 자동이체 등록을 하면 12개월 동안 매달 통신비 1만원이 추가로 할인된다. 할인 대상 요금제는 만 18세 이하 청소년을 위한 '헬로LTE 청소년 윙' 4종이다.
이밖에 그동안 단점으로 제기돼온 부가 서비스를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4월 통합 멤버십 서비스 '알뜰폰 케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협회 소속 사업자 17곳이 고객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단말기 분실·파손보험, 음원 스트리밍, 24시간 의료상담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알뜰폰 업체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활성화 지원이 정책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차별적 서비스나 요금상품 개발 등 통신사 본연의 업무 경쟁력 향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알뜰폰업체들은 세계적으로 알뜰폰 활성화 모범사례로 꼽히는 일본 알뜰폰 업체가 다양한 요금제 등의 자체 서비스부터 유통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점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