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24시간, 365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K뱅크는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 기존 은행을 뛰어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주사인 GS리테일의 1만500개 GS25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지급기(CD)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활용해 고객 접근성을 강력한 경쟁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주주사인 KT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음원 등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이자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기존 은행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등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비대면 업무 서비스의 제공이 대표적이다. 또 간편 송금, 중금리 소액대출 서비스, 금융 계열사들과 통합 플랫폼과 현금화가 가능한 통합 포인트 제도고객 유치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인터넷은행 출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이달 중 업무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은행법 개정 없이는 반쪽짜리 출범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만들기로 하면서 은행법을 개정, 인터넷은행은 산업자본도 5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금융사가 아닌 IT 기업이 중심이 돼 인터넷은행을 이끌어야 은행산업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은행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인터넷은행 출범과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 2건과 특례법 2건 등이 올라와 있지만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야당에서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는 듯 했으나 대통령 탄핵 등 정국이 어수선한 점을 고려하면 K뱅크 출범 전 개정이 이뤄지는 것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인터넷 은행 출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증자 등의 문제로 사업 확장이 불가능하다"며 "IT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K뱅크는 2∼3년 안에 2000억∼3000억원 가량의 증자를 통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지만 법 개정 없이는 증자 자체가 불가능하다. 은행법 개정 외에도 인터넷은행의 흥행이 불투명한 요소는 또 있다.
인터넷은행에 많은 주주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견 조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IT업계 중심의 인터넷은행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기존 금융업체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금융서비스 제공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K뱅크의 최대주주는 KT가 아닌 우리은행(10%·의결권 기준)이며 주주만 21개사다. 카카오뱅크도 최대주주가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58%)이며 지분도 50%가 넘는다. IT업체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든 구조다.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산업에 비해 보수적이며 변화에 더딘 은행산업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전부터 주주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이 먼저 할 것으로 예상됐던 비대면 업무 서비스와 간편 송금, 중금리 소액대출 서비스, 금융 계열사들과 통합 플랫폼과 현금화도 가능한 통합 포인트 제도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