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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독감(유행성 인플루엔자)이 예년보다 한 달여 빨리 유행하면서 '2009년 신종 플루 이후 사상 최악의 독감 유행'이라는 불명예까지 얻고 말았다. 겨울방학 전이라 미처 독감 예방접종을 못했거나 면역력이 약한 초중고생 사이에서 환자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바람에 휴교, 조기방학까지 논의될 정도였다. 자녀들이 유행성 독감에 발목 잡힌 사이 엄마들은 말 그대로 멘붕. 아이의 작은 기침 소리, 미열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감과 감기는 그 원인부터 다른 병이라고들 한다. 감기는 2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으로 본다. 독감은 특정 원인균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따라 A형, B형, C형 등으로 나눈다. 독감 예방접종은 그 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 제조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 잘못되었거나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때처럼 A형이 변이를 일으키는 상황이 벌어지면 독감은 겉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된다. 독감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다른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는 얼마든지 걸릴 수 있으며, 또 면역력이 떨어지면 예방접종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40~50%에 그치기도 한다.
독감 증상, 한방의 시행감모?온열병과 비슷해
박원석 아이조아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한기(寒氣)나 병원균처럼 외부에서 사기(邪氣)가 침범해 병이 나는 '외감(外感)'과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내상(內傷)'으로 병에 걸린다고 본다. 고열에 오한, 콧물과 기침, 두통에 사지가 쑤시고 저리는 독감 증세는 '시행감모(時行感冒)', 특히 열이 유난히 높고 잘 떨어지지 않으면 온열병(溫熱病)과 비슷하다 보고, 몸 안의 나쁜 독소를 땀과 대소변으로 배출하면서 해독과 해열 치료를 한다"고 설명한다.
감기는 물론 독감 역시 한약으로 치료 가능해
하지만 발열, 기침, 콧물 등 증상이 유사한 감기는 한의원에서 치료해도 독감은 왠지 한방 치료를 망설이게 된다. 감기는 증상이 심해도 길어도 열흘에서 2주 안에는 낫지만, 고열에 몸살이 심한 독감은 좀 더 깊숙한 호흡기(하부 호흡기)까지 감염되거나 2차 세균 감염의 위험으로 폐렴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석 아이조아한의원 원장은 "얼마 전 대한한의사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약이 독감 증상이나 기간을 줄여주는 등 독감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독감 치료제로 잘 알려진 타미플루 역시 한약재에서 추출해 만든 천연물 신약이며, 한약 처방 중 마행감석탕 합(合) 은교산이 독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 타미플루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고 보고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된 자료는 일본, 중국의 한약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논문에서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학회 산하 동양의학회에서는 독감에 한약 치료나 한약과 양약 병행 치료를 권하고 있다.
독감 치료할 때, 치료 후에도 중요한 것은 면역력
물론 뒤늦은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독감과 같은 질병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면역력이 탄탄해야 그 효과를 톡톡히 보기 때문에 평소 면역력을 다지는 것은 가장 첫 번째 수칙이다. 또 독감이 유행할 때는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손 씻기나 마스크 쓰기, 양치질하기 같은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킨다. 고른 영양소 섭취와 충분한 수면 등 아이가 스트레스나 과로 없이 규칙적이고 올바른 생활을 하도록 이끄는 것도 기력과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기침이 나오면 손이 아닌 팔소매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 채 하라는 에티켓도 알려준다. 박원석 아이조아한의원 원장은 "독감이나 심한 감기를 앓고 난 후에도 아이 기력 회복과 면역력 충전이 중요하다"며 "심하게 앓는 동안 아이의 모든 에너지는 병마와 싸우느라 바닥이 난다. 겨울은 봄 성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영양과 기력을 보강해야 연속적인 질병 감염을 막고 봄철에 아이가 성장할 힘을 얻는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2월경에 다시 한 번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 호흡기 면역력을 위한 뜸, 침, 향기 치료, 보강 한약 등 다양한 한방 요법으로 대비책을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은 독감의 위세에 다소 움츠러들었지만 아이가 무사히 겨울을 보낸 후 건강하게 성장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부모가 조금 더 힘을 내보자. <도움말 / 아이조아한의원 분당야탑점 박원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