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가입시 타인명의 도용의 '대포폰'을 막기 위해 지난 1일 도입한 '신분증 스캐너' 설치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KMDA)가 신분증 스캐너 정책은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어 정부와 유통점간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KDMA "일방적인 정책추진, 법적 대응 불사"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골목 상권에 대한 차별 규제'를 이유로 스캐너 도입에 반발해왔으며 신분증 스캐너 운영주체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신분증 스캐너 사용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감사원에 의무도입 과정과 관련된 감사를 청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신분증 스캐너는 KAIT가 특정 제조업체 한 곳과 독점 공급하도록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KMDA 관계자는 "휴대폰 가입 시 신용등급 조회, 본인 휴대폰 문자 인증, 신용카드 인증 등을 모두 처리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영업제한"이라며 "방문판매나 다단계 판매 등에는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만 일선 유통점에서는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개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이은 또 다른 규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캐너 도입 의무화는 '제2의 단통법' 규제인 동시에 신분증 스캐너 구입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수행(영업)의 자유'와 공정거래법 등을 위헌하거나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부 욕심에 소비자 개인정보 침해 우려"
시민단체들도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신분증 스캐너 도입은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역행한다"며 "도입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도입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외형적으로 신분증스캐너 도입은 이통3사의 영업방침에 따라 결정됐다. 그러나 이통3사 모두 동일한 스캐너를 동일한 업체에게 구입하고, 동일한 업체를 통해 동일한 날짜에 시행하도록 했다. 이통3사가 한꺼번에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자율결정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 뒤에 숨어 관련 정책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해서 도입했다는 명분 자체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2015년 이동통신 3사의 명의도용 건수와 피해금액은 1332건에 8억2000만원이다. 전년대비 건수는 60.1%, 금액은 58.4%로 크게 감소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전자주민등록증, 전자의료보험증 등 도입을 추진하는 등 신분증스캐너 사업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며 "이동통신 신분증스캐너 도입은 단순 통신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영역, 금융영역 등 산업전반에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증 스캐너는 정부와 기업이 행정편의나 돈벌이를 위한 집착과 욕심이 낳은 불필요한 정책일 뿐"이라며 "신분증스캐너 도입에 따른 신분증 사본에 대한 디지털화와 법적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T는 스캐너 도입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동통신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반영돼 있으며 해당 사업자는 약관 준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