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 12월 예정됐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신규 면세점 특허 입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을 두고 2015년 면세점 특허 선정에 '비선 실세'의 입김으로 재벌기업이 혜택을 본 것 아니냐는 의혹부터 신규 입찰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당초 예정대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월 롯데와 SK그룹 총수와 독대한 자리에서 면세점 추가 선정 청탁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탄핵 정국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 사업자 선정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점에 노심초사 하고 있다. 특히 검찰 조사에서 대가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두 기업은 면세점 특허 재획득 실패는 물론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면세점 신규특허 신청 기업 5곳 중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외에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미르나 K스포츠재단 모금에 참여했다.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받은 화장품이 입점했다는 이유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한화면세점과 두산면세점 선정에도 특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관세청은 일단 예정대로 12월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다음달 3일이나 10일 중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업계 전반이 노심초사 하고 있지만 관세청의 후속 조치에 따라 사업자 선정 관련 준비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대부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가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업자 선정 연기 무산뿐만이 아니다. 면세점 사업권 특허기간 연장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5년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특허 재승인에 실패하면서 고용 불안 등 각종 부작용이 부각되자 당시 업계에선 '5년 주기' 특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국도 이 같은 점에 주목, 안정적인 면세점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특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원칙적으로 특허갱신을 허용하기로 했다. 당시 업계는 특허기간 연장을 통해 면세점의 투자와 고용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당국이 목표로 했던 올 하반기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5일 조세소위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관세법 개정안을 당장 처리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최순실 관련 각종 의혹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순실씨 입김이 면세점에까지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신규 선정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당장 처리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결정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 등 면세점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봤던 특허 기간 연장이 불발되면 면세점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