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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RB코리아(옥시)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독립기구를 구성해 '포괄적인 피해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를 내놓은 지 15년 만이다.
옥시는 옥시 제품을 포함해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했던 피해자에게도 공정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타 제조·판매사도 함께 조사·보상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현황 조사에 따르면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1단계)하거나 가능성이 높은(2단계) 피해자는 모두 221명이다. 조사 대상 530명 가운데 옥시 제품을 쓴 사용자(타 제품과 함께 쓴 사용자 포함)는 404명(80.3%)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1996년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를 리뉴얼해 2001년부터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살균제를 판매해왔다. 2013년 쉐커 라파카 당시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과 50억 원 규모의 피해자 지원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올해 들어서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최승운 유가족연대 대표는 아타 사프달 대표와 격론을 벌이다 단상에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울부짖었다. 최 대표는 "아이가 만 1살에 병원에 입원해 8개월 만에 사망했다"며 "아이를 잘 키워보려고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아이를 서서히 죽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받다 숨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옥시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성의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옥시의 제품 개발·제조 부문의 수사를 일단락하고 이번 주부터 판매 부문 관련자들을 출석시켜 조사할 방침이다. 또 옥시가 지난 10년간 판매한 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개념으로 수사해 추가 피해 사례·대상을 추적한다.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는 ▲제품 첫 개발·제조(2000∼2001년) ▲제품 본격 판매(2001∼2011년) ▲증거 인멸·은폐(2011년 이후) 등 세 갈래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옥시 측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판매를 지속했는지 여부다. 옥시 측은 2001년 초 PHMG이 함유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항의성 민원이 지속적으로 옥시 측에 전달됐다. 하지만 옥시는 사실상 이를 무시하고 정부 당국이 폐손상 사망 등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해 회수 조치를 한 2011년 중반까지 제품을 계속 판매했다. 옥시 측이 약 10년간 판매한 제품 수는 453만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유해제품으로 추정되지만, 공식적으로 피해가 인정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정부가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한 인원은 221명이며 이 가운데 177명이 옥시 제품 이용자다. 사망자도 90명 가운데 70명으로 가장 많다. 제품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서도 제품 회수나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현재 옥시가 제한적으로 인정한 유해 제품의 종류·범위나 대상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불법행위가 자행된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10년이 넘는 기간 수많은 사상자가 누적된 점에 비춰볼 때 혐의가 확인되면 처벌 강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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