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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선진국 호주, 베팅은 '도박 아닌 문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1-14 14:41



호주에서 경마는 도박이 아닌 주요 산업이다.

흔히 호주는 '겜블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사행산업에 관대한 국가로 꼽힌다. 주 정부마다 사행산업 관리 부처가 별도로 존재한다. 덕분에 체계적이고 산업적인 접근이 가능해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호주인들의 경마사랑도 유별나다. 매년 11월 첫 번째 화요일 오후 3시에는 온 국민이 TV에 펼쳐지는 경주를 지켜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멜버른컵' 결선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멜버른컵은 24두의 마필이 3200m를 달리는 경주다. 경주 외에 퍼레이드 쇼와 카니발 패션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지는 호주의 대표적 축제이자 관광 콘텐츠다.

'탭(Tab)'으로 불리는 호주 장외발매소는 경마 뿐만 아니라 테니스, 당구, 축구, 럭비 등 다양한 스포츠 베팅이 가능하다. 경마는 단연 인기를 끄는 종목이다. 호주 경마 매출 80%가 장외발매소와 온라인 베팅으로 이뤄질 정도로 '탭'은 인기를 끄는 공간이다.

빅토리아주의 탭은 스포츠베팅 전용공간으로 운영된다. 약 300개의 탭에서 스포츠베팅 외에 포켓볼 등 다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복합엔터테인먼트 형태다. 뉴사우스웨일즈주에는 카페나 주점, 카페를 겸한 숙박시설에 발매기가 비치되는 소규모 장외발매소 형태가 약 2500개에 달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가 주 이용층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주 3일 간 경주가 열리는 한국과 달리 호주에는 경마장만 300개가 넘을 정도여서 주중 경마도 성행 중이다. 자연스런 베팅 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유학시절 호주에서 탭을 이용한 신 모씨(32)는 "호주에서는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면서 가볍게 베팅하는 분위기"라며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면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친구들끼리 호프집에 모여서 누가 이기는지 내기 하는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 멜버른 컵이 열리는 날은 예외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적인 축제에 너도나도 참여하기 위해 탭을 찾는다. 드레스와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탭에서 종종 눈에 띄는 날이기도 하다. 신 씨는 "호주에서는 경마나 축구 같은 스포츠에 베팅하는 것이 특별한 행동이 아니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재미로 로또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보는 것 같다"고 베팅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설명했다. 호주에서 스튜어드(심판위원)로 활동했던 이영우 한국마사회 심판위원은 "호주에서도 과도하게 베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호주 정부의 관리지침 외에도 자율적으로 베팅 중독 경고 체계를 관리하고 있다. 자율 제한금액 제도나 자진 입장금지 제도 등을 운영하면서 '책임 있는 베팅'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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