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단교로 불안한 중동 상황에도 하락 마감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주유소 가격이 리터(ℓ)당 130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원유의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세계 3대 원유 중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북해산 브렌트 원유의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이다.
이란과 미국산 원유 수출 재개 등 당분간 국제 원유 시장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름 값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10월 12일 1501.37원에서 13일 1501.40원으로 0.03원 오른 이후 2개월 이상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 한다.
이미 지난달 28일 기준 전국 주유소 중 58.5%인 6947곳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1400원 이하에 판매하고 있으며, 22곳(0.2%)에서는 1300원 밑으로 가격을 내렸다.
충청북도 음성의 한 주유소는 리터당 1265원에 휘발유를 팔아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주유소로 이름을 올렸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제품(92RON) 가격은 지난 6월 둘째 주 연간 고점인 584.83원에서 12월 둘째 주 382.56원으로 180원 가량 떨어졌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 역시 같은 기간 624원에서 435원으로 190원 가량 인하됐다.
이 같은 추세에도 일각에서는 조만간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유가의 상승 요인으로는 환율 상승과 사우디-이란 사태, 미국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지진 등이 거론된다.
우선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일정기간 변동이 없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20% 상승하면 정유사 역시 공급가격에 20% 만큼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25일 1144원에서 지난 4일 1185.30원까지 상승했다.
국제사회의 중재에도 악화되고 있는 사우디-이란 사태도 변수다. UN과 미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중재에 나선 가운데, 4일 현재 사우디는 이란과의 교역은 물론 항공편 운항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같은 변수를 반영한 듯 이날 우리나라가 들여오고 있는 두바이 원유는 싱가포르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0.35달러 상승한 32.5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마지막으로 셰일가스 등의 개발과 지진 활동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는 점이다.
오클라호마주 지질조사부(OGS)는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에서 늘어난 지진 활동이 가스 개발업계의 폐수주입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OGS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에는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일일 평균 2~2.5회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전에 발생했던 규모 3 이상의 지진 횟수의 600배에 달한다. 2008년 이전 규모 3이상 지진 발생 빈도는 연 2회도 되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에서 규모 3 이상의 지진은 2013년 109회에서 2014년 585회로 셰일오일 개발붐 이후 급격히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OGS는 보고서를 통해 "석유 및 가스 업계의 폐수주입법(수압파쇄법)이 대부분의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개발지역 일대의 주민들에게 '강력한 지진'에 대비하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규모 4.2의 지진이 오클라호마시티 인근에서 발생해 보고서의 주장에 무게를 더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주 정부는 추출 유정을 점차 폐쇄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셰일 추출 유정은 모두 4500개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지 새로운 변수들로 인해 상승으로 반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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