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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두고 오너들 신경전 '불꽃'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10-27 09:21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잡기 위해 롯데·신세계·SK·두산그룹 등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들이 여느 때보다 그룹의 총력을 쏟아 붓고 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탄탄했던 면세점 1등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롯데는 사활을 걸고 지키기에 나섰다.

오랫동안 워커힐 면세점을 조용히 운영해온 SK는 예전과는 다른 강력한 대기업 도전자들로부터 서울의 유일한 외곽 면세점인 워커힐을 사수해야 한다.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계속 두드리고 있는 신세계와 처음으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두산은 롯데의 '실족'으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대기업 간의 신경전은 더욱 뜨거워졌다.

'신세계 vs 두산' 같은 날 면세점 행사로 '맞불'

26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사업자 신세계DF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성영목 신세계DF 사장은 "5년 동안 매출 10조원을 올리고, 중소기업과 지역상권 상생을 위해 27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 입지는 중구의 신세계 본점의 신관이다. 도심 면세점을 앞세우고 있는 신세계는 신관과 더불어 바로 옆 메사빌딩을 활용해 모두 14개층 연면적 3만3400㎡(1만100평) 규모의 시내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있지만, 도심 관광 활성화와 롯데면세점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번엔 본관에서 신관과 메사빌딩으로 입지를 변경하면서 매장 면적을 대폭 넓혔고, 문화기업인 CJ E&M과 함께 손을 잡아 한류 공연을 통한 관광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 남대문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다양한 관광시설과 콘텐츠 개발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성 사장은 "뉴욕의 맨해튼, 일본의 기자, 홍콩의 침사추이처럼 서울 도심을 세계적 관광도시들과 경쟁하는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두산이 공교롭게도 신세계와 똑같은 시각인 26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을 열었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끼리 중요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특히 경쟁 기업 간에는 행사가 겹쳐지지 않도록, 서로 행사 일정을 피해서 잡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두산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동대문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하는 곳으로 초대 이사장은 김동호 단국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신세계와 두산이 같은 시각에 중요 행사를 진행한 걸 두고 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이다.

두산 측은 "귀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라 내부적으로 일찍부터 일정을 잡고 진행했다"며 "다만 신세계 측의 기자회견 일정 발표 후 우리가 일정을 공개한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vs 두산', 오너 100억원 사재 출연으로 '맞불'

면세점 절대강자 롯데그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26일 오전 11시 신세계와 두산이 서울 시내면세점 관련 중요 일정을 앞둔 시점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9시쯤 "청년창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투자법인 가칭 '롯데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각종 인프라,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기업)을 설립하고, 신동빈 회장이 초기 자본금 조성에 100억원을 사재에서 출연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사업추진을 위해 초기자본금 300억원을 우선적으로 조성하는데, 신동빈 회장의 사재 100억원과 주요계열사를 통해 2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한창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서울 소공동점과 잠실 제2롯데월드점 특허권을 지켜야 하는 롯데는 두 곳 모두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매출 규모나 수익도 중요하지만, 이번 면세점 특허권의 향방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의 척도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롯데그룹 후계자 명분 싸움을 넘어 경영능력을 두고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이번 100억원 사재 출연과 청년창업을 위한 투자법인 설립은 대외적으론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면세점 특허권을 위한 포석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동빈 회장과 박용만 회장이 같은 날 면세점 사업을 위해 똑같이 100억원씩 사재를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시내면세점을 놓고 경쟁하는 오너들의 사재 출연 경쟁까지 벌어진 셈이다. 11월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경쟁 기업들 간에 곳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SK측은 27일 오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때문에 SK는 어떤 보따리로 롯데, 신세계, 두산 등과 경쟁을 펼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신세계 부산 조선호텔면세점 등 총 4개의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접수를 마감했다. 이 중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을 위한 대진표는 '롯데 소공점 vs 신세계 vs 두산', 'SK 워커힐 vs 신세계 vs 두산', '롯데 월드타워점 vs 신세계 vs 두산 vs SK'로 확정됐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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