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동빈·정용진·박용만, 그룹 총수 자존심 걸린 9월 면세대전 출격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5-09-15 09:23


특허 만료기간이 다가오면서 '면세점 2차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본점 소공점(12월 22일)과 월드타워점(12월 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 신세계 부산 조선호텔면세점(12월 15일) 등이다. 관세청은 오는 25일 이 4곳의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최근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감소세이지만 면세점 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2006년만 해도 한국 면세점시장 규모는 약 2조2496억원에 불과했으나 한류 붐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7조80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메르스와 내수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시장규모가 8조원대로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년간 시장이 4배나 성장할 만큼 알짜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치러진 '면세점 1차 대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은 이번 입찰에 나서지 않을 태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4일 "현재로선 이번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SK그룹 또한 수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호텔·카지노 등 복합 휴양형 입지 우수성을 고려해 기존 워커힐 면세점을 수성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면세대전은 롯데그룹과 최근 출사표를 던진 두산그룹, 그리고 면세사업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던 신세계그룹의 3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반롯데 정서 맞닥뜨린 신동빈 회장, 사활 건 수성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이 무려 3조9494억원에 달한다. 롯데가 이번 면세점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에서 면세사업은 호텔롯데가 맡고 있다. 금융권에선 호텔롯데가 기업공개를 할 경우 기업 가치를 최대 2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롯데면세점이 기존의 사업장을 유지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롯데면세점이 이번 경쟁에서 탈락하면 호텔롯데의 영업 가치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있다.

하지만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최근 오너 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여론은 있는 대로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국적 논란까지 불거졌다.


게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는 17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반(反)롯데 정서가 더욱 확산될 경우 면세점 재허가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정부가 롯데에 면세사업권 2곳을 모두 주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롯데의 면세사업권 수성을 위해선 일단 여론의 향방부터 어떻게든 돌려야하는데, 롯데는 최근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와 기업문화개선 위원회 등을 잇달아 출범시키며 반롯데 정서를 누그러뜨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기존 노하우를 최대한 강조하면서 전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1979년 서울 소공점을 개장한 뒤 30여년 가까이 면세 사업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국내 면세시장의 성장에 기여한 점 등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1차전서 탈락한 정용진 부회장, 이젠 승전고를 울릴 때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는 '공격+수비'의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이번에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현 신세계면세점을 지키는 동시에 서울 시내 입성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찍이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했고,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2월엔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도 성공했다.

지난 7월 신규 사업자 경쟁 당시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을 통째로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던 정용진 부회장인 만큼 이번 설욕전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14일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신세계가 이번에 강남과 강북 2곳, 즉 강북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점을 면세 후보지로 내세운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번 입찰전은 1개 업체가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각각의 사업장에 모두 참여할 수 있고, 기존 사업장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면세 후보지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즉, 한 기업이 서울 3개 후보지를 정해 3개 특허 각각에 입찰할 수도 있고, 한 개 후보지로 3개 특허에 모두 도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2차전 입찰 양상은 지난 7월에 비해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수성과 공격이 난무하는 대기업간 혈투가 불가피해진다.

강남 센트럴시티점과 강북 본점을 후보지로 할 경우, 신세계는 판세를 좌지우지할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해진다.

정교한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번 특허권 전쟁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제대로 통한다면 이후 면세업계 판도는 크게 바뀌게 된다. 신세계그룹이 부산 시내면세점을 지켜내는 동시에, SK나 롯데에서 단 한 곳이라도 뺏어올 경우 오랫동안 유지돼왔던 기존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양강 구도에 종지부를 찍게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낸 정용진 부회장의 입지가 대폭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깜짝 출사표 박용만 회장, 판 키우고 총수들 경쟁 불붙여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깜짝 발표하면서 판도 확 켜졌다. 지난 2일 출사표를 던진 이후 두산그룹은 면세점 사업권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오는 25일 입찰 서류 제출을 앞두고 지주사인 ㈜두산 내에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태스크포스에는 ㈜두산과 두산타워(부동산임대업) 직원, 외부 자문위원 등이 참여, 동대문 투산타워를 면세점 입지로 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존 업계가 막판까지 말을 아끼면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행보다. 이같은 두산의 드라이브엔 박용만 회장의 판단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이같은 자신감엔 현 '박근혜 정부'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특별한' 관계 또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한상의 회장 연임에 성공한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민간 경제 파트너'로 자리를 굳히며 모든 해외 순방을 함께 해왔다. 특히 최근 두산그룹은 국내 주요그룹 최초로 박 회장의 주도로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모범기업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등 건설과 기계사업 위주인 두산으로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면세사업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기적인 불황과 건설산업의 침체로, 두산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20조4600억원으로 2012년(24조3500억원)보다 16% 줄었다. 두산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 그룹의 모태인 유통·소매업에 재진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면세점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해왔다"며 "연간 7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동대문에 입지한 두산타워 쇼핑몰을 16년간 운영한 노하우 등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산의 특허 획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면세점 운영능력도 문제지만, 입지 면에서도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다. 주차 문제 등 여러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 또는 24년 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로부터 특허를 빼앗아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용만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어떻게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가 이번 면세대전을 지켜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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