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재벌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들의 내부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5조원 이상 자산 규모의 대기업그룹 총수와 친족이 모기업 계열사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경우다. 이에 일부 재벌들은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총수 일가족 지분을 낮춰 규제를 피하면서, 한편으로는 계열 SI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일부 재벌그룹 SI 업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되자 다른 SI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해 일감을 주는 등의 '변칙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 총수 일가족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S&C의 자회사 휴먼파워는 설립 4년 만에 매출이 3억원에서 180억원으로 60배로 불어났다. 이는 2013년 기준 전체 내부거래의 81%를 한화S&C가 차지한 덕분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한화S&C는 내부거래비율이 2013년 54.7%에서 지난해 52.6%로 낮아졌다. 롯데정보통신이 지난 2011년 인수한 현대정보기술도 내부거래액이 2013년 47억원에서 지난해 182억원으로 1년 새 4배로 커졌고, 내부거래 비율도 3.1%에서 12.8%로 급상승했다.
이에 반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 SI 업체들은 대부분 내부거래를 줄였다. SK㈜와 합병을 앞둔 SK C&C는 지난해 내부 거래액이 전년보다 10.6% 감소한 7996억원으로, 조사 대상 SI 업체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SK C&C의 내부거래 비율도 49.5%에서 40%로 9%포인트 하락했다. CJ시스템즈와 합병한 CJ올리브네트웍스도 79.2%에서 69.9%로 내부거래비율이 낮아졌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