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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라이프' 내세운 롯데백화점의 '러블리'하지 않은 갑질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4-12-25 15:55


'러블리 라이프(Lovely Life)'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가운데 가장 판매수수료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업체들에게는 '러블리'하다기보다는 제대로 '갑(甲)질'을 해온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 7개사, TV홈쇼핑 6개사의 판매수수료율과 주요 추가 소요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판매수수료율이란 백화점이나 홈쇼핑사와 같은 유통업체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제품 가격 대비 납품가격을 제외한 가격의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1만원에 판매된 제품의 납품가격이 7000원이었다면 이 제품의 판매 수수료율은 30%가 된다.

따라서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이 높을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조사한 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 AK플라자, 갤러리아, NC, 동아 등이다. 이들 7개사의 올해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8.3%로, 백화점들이 1만원 짜리 제품을 판매할 경우 평균 2830원을 챙기고 있다는 의미.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 28.6%, 2013년 28.5%보다 올해 소폭(0.2%포인트) 감소했지만 지난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여전히 말로만 납품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특히 업체별로는 롯데의 판매수수료율이 29.3%로 가장 높았다. 롯데의 수수료율은 2013년 29.5%, 2012년 29.7%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생색내듯, 0.2%의 소폭 하향조정하는데 그친 것.

이어 현대(28.2%), AK플라자(28.7%), 신세계(27.8%), 갤러리아(27%), 동아(24.8%), NC(23%)가 뒤를 이었다.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롯데와 가장 낮은 NC 간에는 무려 6.3%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백화점 특약매입 수수료율에서도 롯데는 1위를 차지했다. 특약매입은 납품업체로부터 반품조건부 등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하는 거래다. 백화점이 판매하고 남은 물건은 판매수수료를 공제한 후 반품하면서 업체에 각종 비용을 떠넘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중 특약매입 수수료율은 롯데가 31.0%를 기록했으며 현대 28.8%, 신세계 28.5%였다.

더욱이 백화점들의 명품업체에 대한 '굽신거림'은 여전했다. 납품업체 규모에 따른 평균 판매수수료율을 살펴보면 대기업이 29.9%, 중소기업이 27.9%, 해외명품이 25.2%로, 해외명품들이 더 대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TV홈쇼핑들의 판매수수료율은 여전히 백화점보다 높았다. 조사 대상 TV홈쇼핑 6개사(CJ오쇼핑, GS, 현대, 롯데, NS, 홈앤쇼핑)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0%로 롯데백화점보다4.7%포인트, NC백화점보다는 11%포인트 각각 높았다.

홈쇼핑 부문에서도 롯데는 톱클래스였다. 현대가 35.4%로 가장 높은 가운데 롯데는 불과 0.1%포인트 낮은 35.3%의 판매수수료율을 기록했다. 이어 GS(34.9%), CJ오쇼핑(34.8%), 홈앤쇼핑(32.5%), NS(30.2%)의 순이었다.

백화점과 달리 TV홈쇼핑은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4.4%로 대기업의 32.2%보다 높았다. 이는 대기업 납품 제품의 경우 반품률이 낮고, 우수한 거래조건 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납품업체들은 백화점과 TV홈쇼핑에 높은 판매수수료 외에도 인테리어, 판매촉진,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추가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백화점 납품업체 점포당 평균 추가 소요비용은 연 4630만원이었다. 이중 대부분이 인테리어 비용으로 4430만원을 기록했고, 판매촉진비 150만원, 광고비 50만원의 순이었다. TV홈쇼핑의 경우 납품업체의 평균 추가소요비용은 무려 775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ARS 할인비 3520만원, 무이자할부비 2610만원 등 소비자들의 누리는 혜택 대부분이 결국은 납품업체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11년 백화점과 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판매수수료율을 낮추라고 전방위 압박을 펼친데 이어 2012년 대규모 유통업법을 제정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를 비롯한 대형 유통사들은 여전히 납품업체에 높은 판매수수료와 추가비용을 부담하며, 자기 배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여전히 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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