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30여개월의 협상 끝에 전격 타결됐다.
세계 최대인 13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단일국가로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액(5596억달러)의 26%(1458억달러), 수입액(5156억달러)의 16%(830억달러)가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의 11%(620억달러), 수입액의 8%(462억달러)를 차지했다.
양국 정부는 올해 내로 세부사안의 협상을 마무리한 뒤 FTA 협정문안을 작성해 양국 수석대표간 가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내년초 관계장관간 정식서명을 거쳐 FTA를 발효시킨다는 방침이다. 물론 양국 FTA가 발효되기 위해선 국내절차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경제영토 세계 2위로 부상
합의의사록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총 22개 채프터에서 FTA가 타결됐다. 상품의 경우 양국은 품목수 기준 90% 이상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품목수 91%, 수입액 85%(1371억 달러)를, 한국은 품목수 92%, 수입액 91%(736억 달러)를 각각 20년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또 농수산물은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개방키로 합의됐다. 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가 합의됐다.
중국과의 FTA 타결로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세계 2번째로 커졌다. FTA 경제영토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FTA를 체결한 상대국들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모두 FTA를 맺은 국가는 우리나라가 칠레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한국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총 46개국과 FTA를 체결, 발효돼 있다. 한·콜롬비아, 한·호주, 한·캐나다 FTA 등 3개 FTA는 협상이 타결돼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중국과의 FTA가 타결되면서 우리나라의 FTA 상대국은 50개 국가로 늘어났다.
50개 국가의 GDP 총합은 전 세계 GDP의 7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칠레(78%)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영토를 보유한 국가로 올라섰다. 기존 2위였던 멕시코(64%)를 제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GDP의 61%였던 우리의 경제영토가 한·중 FTA 협상 타결을 통해 급속도로 확장된 셈이다. 중국 GDP는 지난해 기준 9조2400억달러로 세계 GDP의 12%를 차지한다. 미국(16조80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화장품 등 수혜 예상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 타결로 대 중국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군인 공산품의 관세장벽이 낮아지게 되었기 때문. 중국의 수입 관세율은 평균 9.7%로 미국(3.5%)이나 유럽연합(5.6%)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 타결로 자동차 부품, 운송, 화장품, 기계부품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한다.
자동차 업종에선 관세율 문턱이 낮아지며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 강화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는 양국 모두 양허 제외했다.
기계 업종에서도 현지 생산 비중이 큰 완제품보다는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업체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운송업종도 중국 연관성이 높다. 중국과의 항공뿐 아니라 해운화물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화장품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화장품은 중국에서 고관세(6.6~10%)를 적용받는 품목이므로 관세 철폐 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내 한류기반 확대 기대
이번 타결로 '한류'(韓流) 소비의 주무대이기도 한 중국내 한국 문화상품 수출 확대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FTA 협정을 통해,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을 제외하면, 최초로 자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한국에 개방했다. 기존에도 한류 가수 공연 등 문호가 열려 있었지만, 이를 법·제도적으로 명확히 보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합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중국은 자국 내에서 우리나라 방송사업자 소유 콘텐츠의 재방송과 복제, 녹화, 배포와 송신 등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뿐 아니라 그 보호기간도 2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또 중국 내에서 영화상영시 복제 등 목적의 무단 촬영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확보와 함께 영상 스트리밍 등에 있어 '일시적 복제권' 보장 등을 통해 저작권 보호 기반을 더욱 넓혔다는 평가다. FTA는 이와 함께 지난 7월 한중간 체결한 영화공동제작협정 내용도 반영해 이를 보다 명시적으로 뒷받침했으며, 중국인 해외여행 업무 관할의 문호도 우리 측에 확대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