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상장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는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들이다.
지난 6월 제일모직(전 삼성에버랜드)이 상장 계획을 발표했을 때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얘기가 나왔지만 이내 회의론이 대두됐다. 계열사 간 지분정리에 수십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고 순환출자 구조가 너무 복잡해 지주회사로 갈 가능성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 것.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조기 상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절차 진행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은 아니라도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제일모직 상장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45.6%나 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또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제일모직 상장 후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를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자회사로 나누는 작업이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투자부문(가칭 삼성전자홀딩스)을 합병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합병회사의 지분은 7∼8%대까지 올라간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6%밖에 되지 않지만, 제일모직 지분(25.10%, 공모 이후에는 23%대 예상)으로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경우 지주사 전환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훨씬 높아진다.
증권가는 이 같은 분할과 합병 시점을 내년 1~2월로 예상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