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내기와 비방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소송으로까지 비화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법인명 롯데칠성)의 '소주 전쟁'에서 1차전은 하이트진로 측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이라는 철퇴를 맞으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참이슬'(하이트진로)-'처음처럼'(롯데주류)은 현재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며 2차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경쟁을 벌이고 있어 2차 소송으로도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오히려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이트진로, '처음처럼' 알칼리 환원수 유해 VS 롯데주류, '참이슬' 경유 소주
재판부는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근거 없는 일방적 의혹만 담아 '처음처럼' 제조업체인 롯데주류의 명예를 훼손하고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며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은 '처음처럼'에 불리한 내용의 방송을 영업에 이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조직적인 비방에 점차 '처음처럼'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확산되자 롯데칠성음료(현 롯데칠성)는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 논란을 제기한 하이트진로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하이트진로 측이 의도적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하이트진로 임직원 4명과 김 PD 등을 기소했다.
롯데주류 역시 비방으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초 충북 청주에서 '참이슬'을 마시던 소비자가 휘발유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 소주에서 소량의 경유 성분을 검출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경유 소주' 사건으로 롯데주류 측은 관련 내용들에 악성 댓글을 달았다. 하이트진로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롯데주류를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해 7월 롯데주류 지점 3곳을 압수수색 했다. 하이트진로를 음해한 혐의를 확인한 경찰은 지난 4월 롯데주류 임직원 17명을 비방성 루머를 퍼뜨린 혐의(업무방해 등)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현재 이 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처음처럼'과 '참이슬' 사이의 이런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소주회사는 간판을 바꿨음에도 브랜드끼리 과열경쟁을 넘어선 비방으로 서로에게 흠집 내기를 계속 이어왔다.
지난 2006년 두산주류가 출시한 '처음처럼'은 출시 3개월만에 부동의 1위인 진로의 '참이슬'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며 2위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진로는 '처음처럼'을 비하하는 광고를 내보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두산주류의 홍보요원들은 음식점·주점 등에서 '처음처럼'을 홍보하며 '진로의 지분 50% 이상이 일본 업체에 넘어가 참이슬을 마시면 일본으로 외화가 유출된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소주 브랜드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007년 양사에 상호 비방광고 게재와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며 싸움을 말리고 나섰다. 그리고 '처음처럼'은 두산주류에서 롯데칠성음료로 주인이 바뀌었고, '참이슬'은 진로에서 하이트진로로 간판이 바뀌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진흙탕 싸움은 계속됐고, 결국 소송으로까지 비화됐다.
당장은 하이트진로 임직원이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주류 측도 법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양측 움직임으로 유추해봤을 때 1,2차 소송전이 끝나더라도 3,4차전 등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측의 흠집 내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두 회사 모두 소모적인 비방과 소비자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터져 나오고 있다. 송사로 얽힌 '처음처럼'과 '참이슬'은 소모적인 흠집 내기 등 진흙탕 싸움을 이제 끝내고 당당하게 브랜드 자존심을 건 경쟁을 펼쳐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