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경마장에서 피어나는 '커피 프린스'의 꿈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4-07-13 16:46


"화상경마장이 도박장이라고요? 장애청년들에 꿈이 이뤄지는 희망의 등불입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애가 하면서 사교성도 좋아지고 더욱 밝고 명랑해진 듯 합니다. 아침마다 직장에 출근한다며 싱글벙글 웃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기쁩니다." 김영옥씨(여ㆍ48)는 지적장애 1급인 딸 김희경(24) 씨가 '나는카페'에 취업한 것을 대견스러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누구에겐 경마를 즐기는 공간, 누구에겐 이웃들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랑방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 가슴에 품어왔던 꿈을 이룰 수 있는 마법같은 무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바로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다. 마사회는 2012년부터 경마가 열리지 않는 날 전국 마사회 장외발매소 공간을 활용, 발달 장애 청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 등 장애유형에 맞는 특화된 직업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청년들은 학교 졸업 후 복지시설에서 직업 교육을 받지만 취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교육기간이 만료되면 대책없이 집으로 돌아가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형편.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유경미 센터장은 "장애인들은 대부분 취업에 실패한다. 이들을 위한 진정한 복지는 실습 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마사회가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장외발매소에 바리스타 양성 교육을 실시한 후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을 통해 장애청년 바리스타를 고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2년부터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해 150여 명의 커피 바리스타를 배출했다. 마사회는 교육생들의 교육비를 전액지원하고 커피전문점 설치비로는 점포당 5,000만원을 비롯해 총 8억여 원을 별도 지원하고 있다.

사실 교육이 마냥 수월한 건 아니다. 취업 지원을 돕는 바리스타 강사 추덕선씨(52)는 "수업 초기에는 교육생들이 몸이 불편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과지에 담긴 커피 위로 물을 붓는 데 집중하는 눈빛을 보면 정말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대견해 했다.

'나는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평생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회적 편견으로 발당장애 청년들에게 취업은 높은 벽이었고, 취업이 된다해도 단순 노동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카페' 8개 지점에는 50명이 넘는 발달장애 청년들이 근무하고 있다. 앞으로 마사회의 지원으로 문을 여는 카페에도 장애 청년들이 근무하게 된다.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는 2012년 한국마사회가 의정부 장외발매소에 처음 바리스타 양성 교육장을 설치·운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경기 안산, 고양, 시흥, 구리 등 7개 장외발매소에서도 꿈을 잡고 프로젝트로 바리스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를 활용해 장애청년 취업의 든든한 삼각대 역할을 하는 사회공헌의 선도적인 역할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신규 장외발매소에도 대규모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어서 장애 청년 취업이나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나는 카페' 8호점. 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 두 번째)와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왼쪽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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