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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고뇌...재무건전성 경고등에 잡음까지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4-04-23 07:49


'한 고비 넘으니 또다른 고비가….'

최근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이 고뇌에 빠졌다. 그룹내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데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듀폰과의 소송전, 세월호 관련 잡음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계열사 부채 비율 30대 그룹 평균의 2배

코오롱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평균 150%를 넘어 30대 그룹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은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부채총계를 2500억원 가량 줄였지만 자본총계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비금융 상장 계열사 6곳의 부채비율(개별기준)은 지난해 평균 158.6%로 집계됐다. 2012년 165%에 비해서는 6.3%포인트 낮아졌지만 30대 그룹 평균인 83.3%에 비해서는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

6개사 중 절반은 부채비율을 낮췄지만 나머지는 전년보다 더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본총계에 대한 부채총계의 비율을 백분율로 표시한 지표로, 기업의 재무구조 특히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경영지표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100% 이하면 재무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보며 200%가 넘으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CEO스코어는 밝혔다.

그룹내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코오롱글로벌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2012년 474.8%에서 지난해 483.1%로 8.3%포인트 높아졌다. 2013년 유동부채가 1조3000억원, 비유동부채가 5000억원으로 부채총계가 1조8799억원에 달한다. 부채총계는 2012년 대비 11% 가량 줄었지만 자본총계가 13% 가량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다만 코오롱글로벌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에 나서 앞으로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RCPS는 일정 시점에 전액 현금 상환할 수 있으며 정해진 배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과 비슷하지만,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 차입금 감소 및 자본총계 증가를 통해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된다.

코오롱플라스틱이 부채비율 147%로 그 뒤를 이었다. 전년보다는 24.4%포인트 높아졌다. 자본총계가 2012년 939억원에서 지난해 891억원으로 48억원 가량 줄어든 반면 부채총계가 1151억원에서 1310억원으로 159억원 정도 늘어난 탓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부채비율이 131%로 전년 대비 4.6%포인트 하락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계 화학업체인 듀폰과의 항소심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손해배상금의 리스크를 덜어냈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충당금을 쌓게 되는데 이 경우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

(주)코오롱은 부채비율이 81.4%로 전년 대비 10.1%포인트 높아졌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67.4%로 전년 대비 12.9% 낮아졌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대표 이해운)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47.6%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사고, 소송전 이어 세월호 마케팅 논란까지

높은 부채비율로 고민하는 코오롱 그룹이 최근 생각지 못한 또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코오롱 그룹의 자회사인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진도해역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마케팅에 활용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코오롱스포츠 청주 분평점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베스티즈'에 코오롱 스포츠 할인 행사 내용을 올리고 일부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글의 내용을 보면 '지금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가족분들의 마음을…(중략)…더 늦기전에 지금 내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중략)…이달 20일까지 20만·40만·60만·80만·100만원 이상 코오롱 스포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10만원의 할인 혜택과 구입 금액의 7%를 적립해준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언뜻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는 글이지만, 사실상 제품 할인 이벤트를 홍보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말 소름끼치네요. 어떻게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지…", "내용이 참 기가 막히다. 세월호를 이용해서 마케팅을 하고 싶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 등 비난의 글을 남겼다.

논란이 불거지자 코오롱스포츠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즉각 사과 입장을 밝혔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지역 대리점인 청주 분평점에서 발송된 문자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문자는 대리점 차원에서 단독으로 해당지역의 일부 고객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즉시 문자 수신 고객들에게 사과 문자를 발송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대리점은 현재 잠정 영업 중지 상태며, 대리점주에게는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스포츠측의 이같은 즉각적인 해명과 사과의 글에도 논란은 쉽게 잠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스포츠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화학기업 듀폰사와의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던 코오롱은 또다시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항소법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화학기업 듀폰사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민사 소송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1조원 규모 손해배상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11년 1심 배심원단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첨단 케블라(Kevelar) 섬유 생산과 관련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평결했으며, 판사는 9억1990만 달러(약 9726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듬해 버지니아 연방검찰은 코오롱과 경영진 5명을 케블라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을 절취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5년부터 자체 첨단 섬유 '아라미드'를 생산하자 듀폰은 2009년 케블라 섬유의 영업비밀을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코오롱 그룹은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신성장 동력으로서 아라미드 사업을 추진하게 돼 경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세월호 이용 마케팅 논란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이후 두 달만에 다시 악재로 떠올랐다. 지난 2월 17일 코오롱그룹 자회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운영하는 경북 경주의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하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부상 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웅열 회장은 사고 다음 날 새벽 현장으로 내려가 "깊이 사죄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부상자가 하루빨리 회복하고 쾌유하도록 코오롱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사죄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참사 현장에 빨리 내려가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의 대처법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코오롱 주가는 세월호 이용 마케팅 논란이 처음 알려진 18일 이후 하락세를 보여 22일 오후 3시30분 현재 약 5% 떨어졌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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