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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과 일동후디스 등 식음료업체의 일부 유리병 음료가 파손 위험에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적은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대형마트ㆍ편의점ㆍ약국에서 판매 중인 일부 유리병 음료 세트의 포장 상태를 조사한 결과 제기됐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유리병 파손으로 음료에 유리 이물이 혼입된 위해사례는 129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유리 이물을 음료와 함께 삼킨 사례가 91건(70.5%)이나 됐다.
유리 이물의 원인이 된 유리병 파손 형태를 분석한 결과 129건 중 '외부 파손'은 16건(12.4%)에 불과한 반면 용기 내부에서 균열 또는 파손이 발생한 '내부 파손'은 113건(87.6%)에 달했다.
소비자원은 "PET 재질은 용기가 파손되더라도 병 형태가 유지돼 소비자가 파손 여부를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용기 내부에서 파손이 생기면 유리가루가 내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서 "음료와 함께 섭취할 위험성이 있어 종이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원은 최근 26개 업체에서 생산하는 70가지 제품을 수집해 충격완화 조치와 라벨의 종이 여부에 관련해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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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50개 제품(71.5%)이 병과 병 사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간지(Divider)나 바닥 충전재를 사용하지 않아 유통 중 유리병의 파손 가능성이 높았다.
이 가운데 안전한 수준으로 간지가 삽입된 제품은 8개(11.4%)에 불과했고 상자의 일부에만 간지가 삽입된 제품 8개(11.4%), 병 입구를 고정하고 용기 간 간격을 확보한 제품은 4개(5.7%)였다. 나머지 50개 제품(71.5%)은 충격 완화를 위한 안전 조치가 전혀 없었다.
44개(62.9%) 제품은 병 표면에 종이 라벨을 부착했으나 나머지 26개(37.1%)는 PET 압착 필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같은 조사에서 남양유업의 3개 제품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남양유업의 '유기농 베이비 주스'는 충격완화 조치가 아예 없었고, '맛있는 두유 GT' 10개 들이 제품과 '유기농 이온케어'는 충격완화 조치에서 '△1'을 받았다. '△1'은 일부 간지가 삽입된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낙제점(X) 다음으로 열악한 상태이고, '△2'는 간지는 없지만 병 입구 고정 및 간격 확보로 용기 간 충돌을 방지한 경우로 '△1'보다 약간 나은 편이다.
남양유업의 이들 3개 제품은 소비자원이 권하는 종이 라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유기농 베이비 주스'와 '유기농 이온케어'는 남양유업이 아기용 음료로 내놓은 것이어서 우려감이 높아진다.
일동후디스의 '유기농 베이비 주스'와 '유기농 이온의 샘' 등 2개 제품도 충격완화 조치와 종이 라벨 모두 'X' 평가를 받았고 해태음료의 '몸에 좋은 홍삼', '썬키스트 훼미리 멀티-비타100', '썬키스트 훼미리 청도 홍시', '허니유자' 등 4개 제품은 남양유업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롯데칠성음료('비타파워' 등 5개 제품), 웅진식품('아침햇살' 등 6개), 광동제약('진홍삼골드' 등 5개), 동아오츠카('겨울나기' 등 4개 제품), 정식품('베지밀' 등 3개) 등이 판매하는 음료 제품들은 충격완화 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등 파손 위험에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측은 소비자원의 조사 대상이 된 제품의 충격완화 충전재에 대해 '유기농 이온케어'를 시작으로 충전재 사용을 다른 제품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PET 라벨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종이 라벨에도 장단점이 있다. 과거 종이 라벨을 사용했지만 병에 경미한 금이 갔을 경우 PET 재질이 종이보다 투명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어 PET로 바꾼 것"이라며 "소비자원이 종이 라벨을 권유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병의 파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 포장을 개선하고 라벨을 파손 여부 식별이 용이한 종이로 교체토록 하는 한편 영·유아용 음료에는 유리병 사용을 자제할 것을 식품업계에 권고하기로 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환경호르몬 우려 때문에 유리병 용기를 선호하지만 아이들의 유리 이물 섭취로 인한 부상 우려를 생각하면 유아용 음료에는 유리병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소비자인사이트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