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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센 사람은 간이 튼튼한 사람?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11-22 17:09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됐다. 추운 겨울이 되면 야외활동보다 실내모임이 늘어나고 술잔을 돌리는 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요즘, 술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술이 센' 사람이다. 술을 많이 마셔도 남들에 비해 잘 취하지 않는 이들은 몇 차까지 이어지는 회식자리에서도 거뜬하게 살아남는다. 술잔을 거절하거나 끊어 마셔서 애주가 상사를 언짢게 하는 일도 없는데다가 술자리가 끝난 후 일행의 귀가까지 챙기며 뒷정리까지 도맡아 한다면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상사에게는 술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직원으로 신임을 얻고, 동료에게는 자신이 갖지 못하는 능력을 가진 부러운 존재가 된다.

이처럼 술을 몇 병을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뛰고 얼굴이 시뻘게져 고민인 사람도 있다. 술이 센 것은 정말 타고난 능력일까?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박사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술이 약한 사람 vs 술이 센 사람, 누가 더 건강한가

이른바 술이 약한 사람은 간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어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숙취가 심하다. 따라서 스스로 술을 멀리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술이 센 사람은 건강을 과신하고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박사는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한다. 술이 세다는 것은 단지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많은 것 뿐 간이 튼튼해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술로 인해 받는 간 손상은 음주량에 비례한다. 술이 센 사람은 마시는 술의 양이 많기 때문에 장기의 손상이 큰 것이다. 술을 많이, 자주, 오래 마실수록 간 손상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술, 마실수록 주량은 늘지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술도 마시다 보면 주량이 는다"며 음주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주량은 노력하면 세질까. 정답은 그렇다. 평소 마시는 술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다 보면 몸속에서 '이 사람에게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즉 필요에 의해 간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효소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여기서도 통한다. 과한 음주에 몸이 이겨내지 못하고, 효소를 만들어 내는 능력에 제동이 걸린다. 술의 양이 점점 늘다가 몇 년 후에는 주량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잔 술에 얼굴이 빨개진다면?


술이 우리 몸에서 대사되는 데는 알코올을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화시키는 첫 번째 단계와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의 초산으로 변화시키는 두번째 단계가 있다.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는 두 번째 단계에 작용하는 효소다. 음주 후 쉽게 붉어지는 사람은 이 효소가 결핍되면서 알코올 분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혈중농도가 빨리 올라가고 숙취증상이 심하다.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억지로 술에 적응하려 하지 말고 가급적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속설은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알코올 분해효소인 알데히드탈수소 효소는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동양인, 우리나라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이 효소가 적거나 없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만 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선천적으로 효소가 적은 것이니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마시는 않는 방법만이 있다.

마시기 쉬운 폭탄주, 견디기 힘든 간

술자리에서 으레 등장하는 폭탄주. 도수가 높은 술을 낮은 술과 섞어 마시기 쉬운 상태로 만든 것을 일명 폭탄주라 한다. 양주 또는 소주를 단일주종으로 마실 때보다 도수가 낮은 맥주와 섞어 폭탄주로 만들어 마실 때 마시기도 쉽고 더 빨리 취기를 느끼게 된다. 40도 정도인 양주와 4.5도인 맥주를 섞으면 10~15도 정도가 되는데, 이는 인체에서 가장 잘 흡수되는 알코올 농도이다.

여성의 경우 술을 달콤한 음료수 또는 과일즙에 섞어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데, 마시기 쉽기 때문에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므로 위험하다. 술이 센 사람의 간이 튼튼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폭탄주 역시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해서 간에 무리를 덜 주는 것이 아니다. 간에 미치는 영향은 알코올의 양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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