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 햅쌀과 가짜 친환경쌀의 대량 유통행위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남 A농협 조합장 양모씨(67) 등 5명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전년에 팔고 남은 쌀 2900t에 햅쌀 1만500t을 2대8 비율로 섞은 쌀 1만3400t(178억원 상당)을 판매해 2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사기 및 양곡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남지역의 B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 김모씨(43) 등 또다른 4명은 일반쌀 71t(1억8000만원 상당)을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쌀인 것으로 유통시켜 2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사기 및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이들이 유통시킨 '짝퉁' 쌀은 전국의 대형마트와 전라남도 농수산물 인터넷 쇼핑몰(남도장터) 등을 통해 유통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쌀은 국민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대표적인 주식이다. 그동안 청정 쌀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지역에서 대대적인 소비자 기만행위가 벌어졌다는 점도 충격을 더하는 대목이다.
전국 160여개 판매소를 통해 유통된 혼합 햅쌀 1만3400t은 국내 성인인구 기준으로 이틀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혼합 햅쌀이 유통된 판매소 가운데 140여곳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대형마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쌀을 속인 B농협은 일반 벼의 경우 수확 후 6개월 이상 지나면 수분 증발과 함께 잔류 농약이 거의 사라지는 점을 악용했다.
이번 사건은 해당 농협 일부 임직원의 비양심이 큰 원인이지만 농협 양곡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농협은 RPC(rice processing complex·미곡종합처리장) 설립 목적에 맞게 지역에서 생산한 벼를 팔도록 파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농협에서는 실적과 이익에 급급해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벼까지 무리하게 사들이며 재고를 양산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농협의 양곡 관리 전산 시스템은 생산연도, 품종 등을 마음만 먹으면 조작할 수 있는 허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친환경쌀같은 고급 쌀이 과연 진짜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면서 "어디 해남 지역 쌀만 그렇겠는가. 다른 지역의 비슷한 쌀도 어떻게 유통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