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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CU편의점 개점은 앉아서, 폐점은 무릎 꿇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3-10-15 15:03


"개점 때는 열일 제쳐두고 달려들어 일을 진행하던 본사 직원들이 폐점 때는 나몰라라 한다. 점주는 속이 타는데 어떻게든 영업일자만 늘리려고 하고..."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씨(여·36)는 요즘 가시방석에 앉은 듯 하다. 2년전 큰 맘 먹고 목좋은 곳에 편의점을 오픈했다. 장사는 꽤 잘됐다. 월 순수익이 500만원을 상회하는 등 매출이 좋다보니 본사에서도 예의주시하는 점포였다. 지난해 문제가 발생했다. 점포가 들어서 있는 건물이 수원시 도로확장 공사에 포함된 것이다. 건물은 보상 협의에 들어갔고, 오씨는 폐점을 해야했다.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오씨는 "보상은 건물 보상(시설 이전)과 영업 손실 보상 두 가지인데 건물 보상은 전액 본사가 가져가고, 영업 보상 부분에서도 35%를 본사에서 가져가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본사 직원이 영업 보상 부분은 전부 점주 몫이라고 했지만 나중에야 '규정상 본사와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CU편의점은 계약상 매출 이익의 35%를 본사가 가져간다. 오씨는 "사실 더 큰 문제는 폐점이었다. 폐점을 앞당겨 달라고 했다. 어차피 나가야 할 곳이고 10m 근방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본사에서는 계속 '기다려라'는 말만 했다.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는 들어가고, 폐점 절차중이라 새로운 물품 발주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적자폭만 커졌다"고 말했다.

오씨는 답답한 심경을 소비자인사이트(www.consumer-insight.co.kr)에 털어놨다. 오씨는 "한달 넘게 가슴을 졸였다. 손해가 크다. 지금와서 본사가 더 이상 양보해줄 것 같지 않다. 다만 편의점 창업을 생각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었고, 하소연도 하고 싶었다. 본사는 규정을 외치지만 방대한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8월말 폐점 절차를 당겨달라고 했으나 날짜는 차일 피일 미뤄졌다. 수차례 본사에 조른 결과 '오는 17일 폐점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씨 남편은 건강 악화로 요양중이다. 소규모 CU편의점을 하나 더 운영하고 있지만 형편이 안돼 이마저도 접고 싶다. 하지만 6000만원이 넘는 위약금 때문에 폐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점포를 인수할 이를 찾고 있다.

이중 잣대도 논란이다. 5년 계약 가맹비로 본사는 약 700만원을 점주로부터 받았다. 도로 확장으로 인한 폐점이지만 본사는 가맹비를 한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라는 것. 편의점 본사는 본사 귀책사유가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가맹비의 일부분이라도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데 점주에게도 귀책사유는 없기 마찬가지다. 영업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오씨는 폐점 위약금이 없다. 그렇다면 가맹비의 일부도 되돌려 받아야한다는 것이 오씨의 생각이다. "만약에 우리에게 문제가 있어 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하면 위약금도 물어야 했을 것이다. 본사는 영업을 못해 손해를 봤다고 하지만 손해를 본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본사는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U 본사는 '점주의 딱한 사정은 아쉽지만 규정은 규정'이라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시설의 경우 본사가 무상으로 대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유권은 본사에 있다. 시설 보상은 전부 본사가 가지는 것이 맞다. 영업 손실 역시 매출 체계에 따라 본사도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협의 과정에서 점주분과 감정이 상한 부분이 다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본사도 나름대로의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가맹비의 경우 본사가 맡아두는 돈이 아닌 본사의 투자비용이다. 시설 투자와 교육진행 등에 사용된다. 보증금이 아니다. 이번 건의 경우 점주분께서 시와 보상 진행을 단독으로 하는 바람에 영업 손실부분 책정에서 오히려 손해를 본 부분이 없지 않다. 본사로서도 챙길 수 있는 몫이 줄어든 셈"이라고 강조했다.

CU측은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고, 갑을 관계 논란이 거센 측면도 있다. 본사에서도 계약 초반에 충분한 고지와 해피콜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인식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점주들을 위한 약관 개정 등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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