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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파격 주장 신간 나와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3-09-16 14:16


사진제공=영림카디널



눈물 쏙 빼는 TV드라마, 영화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시한부 3개월'. 뿐만 아니라 실상에서도 암환자에게 종종 이런 말이 선고돼 환자본인과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그런데 의사의 '시한부 선고는 거짓말'이며 '시한부 3개월 선고'는 환자를 겁에 질리게 해 의사가 의도한 치료를 받게 하려는 수단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책이 출판돼 화제다.

30여 년 동안 일본 게이오대학병원 방사선과에서 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곤도 마코토 박사는 '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이란 책에서 병원 의사들이 흔히 시행하는 암 치료법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의료는 종교나 교육과 마찬가지로 공포산업이며 불안산업이라면서 의사들의 '시한부 3개월' 선고도 환자를 겁에 질리게 해 자신들이 의도하는 치료로 몰아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되도록 수술을 자제하고 항암제 치료를 최소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살려가며 수명을 연장하는 식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 암이라는 병 역시 노화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른바 암 환자의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 dying)에 환자 자신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암 치료의 방식이나 절차도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흔히 암 환자에게 시한부 기간을 3~6개월로 짧게 말하는 이유는 환자가 예상보다 빨리 사망했을 때 환자의 가족에게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환자를 손아귀에 넣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치료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기간 안에 죽게 된다는 의미로 의사의 시한부 선고를 받아들으며, 결국 초죽음 상태에 놓인 채 형극의 치료를 감수하게 된다.

저자는 말기 암 환자라도 멀쩡하게 병원에 들어온 사람이 허망하게 쉽사리 죽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한다. 의사들이 말하는 시한부 수명은 평균치가 아니라 그 집단의 절반인 50%의 환자가 사망하기까지 걸리는 '생존기간 중앙치'이며, 시한부 3개월 선고를 받아도 1년 전후를 살거나 길게는 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시한부 3개월 선고를 받고 서둘러 수술에 들어가 항암제 치료를 받은 다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숨진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으로 발견할 수 있는 '조기 암'은 직경이 1센티미터 전후의 크기로 자란 '노인' 단계의 암으로 이것이 진짜 암이라면 '전이돼 마지막에는 환자의 생명을 빼앗는' 성질을 갖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아무리 최신 장비로 '조기발견'을 해도 이미 전이된 후라서 암을 성급하게 잘라 내거나, 항암제로 자극해보았자 환자에게 이로운 점이 없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인 곤도 마코토 박사는 1996년 문예춘추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엮은 '암과 싸우지 마라'를 출판, 일본에서 50만 부가 판매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역자 박은희는 현재 일본어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호흡력', '천국의 세계',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 '사람은 믿어도, 일은 믿지 마라' 등이 있다.

'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을 펴낸 곳은 영림카디널이며, 1만2000원에 판매된다.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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