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난해 12월 대형 승용차를 구입한 이 모씨(남)는 구입 다음날부터 차량 이상 증상로 시달렸다. 차량 제어장치들이 오작동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고속도로 주행 중 전조등은 물론 계기판이 꺼지는 등 급작스런 상황이 발생했다. 겨우 휴게소에 들러 차량을 점검 후 시동을 걸자 RPM이 2500이상 치솟고 심한 소음이 발생했다. 줄이은 이상 증상으로 불안감을 느낀 이 씨는 수리를 5번씩이나 받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차량 교환을 요구했다.하지만 제조사 측은 "수리는 가능하지만 교환은 안된다"고 밝혔다.
결함이 있는 신차를 교환 또는 환불받으려면 규정이 매우 까다로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불만으로는 도로 주행 중 시동이 꺼졌다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 주행중 핸들 잠김, 불안하게 치솟는 RPM이나 이상 소음 등으로 인해 운행 시 극도의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밖에 심한 차체 떨림, ARS등 제어장치 이상, 배터리와 타이어 등 차량 부품 하자, 도색 불량 등이다.
신차가 아닌 일반 차량의 불만이 주로 부품 수급 지연, 과다한 수리비용, 차체 부식인 것과 비교하면 신차 관련 불만이 '안전 위협'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하지만 불만 처리율은 매우 낮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차 결함 시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5% 수준에 그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된 중대 결함이 2회 이상 발생 시', '12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도 관련 중대결함에 대해 동일 하자 4회 이상 또는 수리가 30일 이상 지속될 시'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 작은 결함으로 운전자의 생명과 안전이 좌지우지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이나 TV같은 일반 공산품과 같은 하자 보상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중대결함으로 큰 사고가 나도 교환·환불을 받으려면 또다시 목숨을 걸고 증상이 재연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마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동일하자가 반복되더라도 교환 및 환불 여부는 제조사에 의해 결정된다.
중대결함에 대한 판정마저 제조사의 판단에 의존할 뿐이어서 보상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자동차업체들이 결함 신차에 대한 교환 환불을 주저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분이다. 교환 환불해줄 경우 차 값외에 등록세 등 제비용도 사업자 부담이다. 실제로 2000만원 짜리 차량 한 대의 등록세가 차 값의 평균 7~10%에 달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선 자동차 결함에 의한 교환 및 환불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성을 갖고 운전자들의 안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5년 제정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몬법'이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만든 레몬법은 자동차의 경우 '신차결함 발생시 약 2만9000㎞나 18개월이 되기 전에 운행시 사망이나 중상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하자가 발생해 2번 이상', '일반 고장으로 4번 이상 수리를 받았으나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수리기간이 30일 이상 넘는 경우'에 차량 교환이나 환불받을 수 있다.
차량 구입가격은 물론 세금 등 기타 비용까지 반영해 교환 할 수 있고 환불 시에는 수리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주마다 기준이 달라 구입가의 2배와 더불어 법정소송비까지 물게 하는 등 단순 권고사항이 아닌 강력한 강제성을 갖는다.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차량 이상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일반 공산품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치명적인 피해를 예방하고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 자동차 제조사 측은 "신차 교환 대신 보증 수리로 성의껏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