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추위 타는 아이, 겨울 오기 전 몸을 덥혀라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2-11-08 14:04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 지났다. 입동이 지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굴을 파고 숨고, 식물의 나뭇잎이나 풀들은 말라가게 된다. 사람들 역시 겨울 채비를 서두른다. 아침 기온이 5℃를 밑돌면서 제법 한기가 느껴져 두툼한 옷을 꺼내 입고, 곧 다가올 김장철을 대비한다. 본격적인 한파가 찾아오는 겨울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매해 겨울마다 고생하는 아이, 벌써부터 추위를 타는 아이가 있다면 아이 건강을 위한 대비책도 마련해두자.

허약아, 열 만들고 발산하는 대사기능 부족할 수 있어

아이들은 보통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활발하게 움직이고, 옷을 조금만 껴입히면 답답하다며 벗어버리려 하는 것이 맞다. 두꺼운 이불도 좀처럼 덥지 못하고 차버리는 것 것이 정상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열이 많은 편이다. 몸 속 대사기능이 어른보다 활발해 쉴 새 없이 열을 생산하고 발산한다. 그런데 조금만 찬바람이 들어도 "추워, 추워"를 연발하는 아이들이 있다. 한방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허약한 아이라고 본다. 열을 만들고 발산하는 몸 속 대사기능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밖에서 많이 뛰어놀지 않고,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있기 때문에 체온을 높이면서 근육을 기르고 쓰는 일이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었다. 따라서 부모 세대가 어렸을 때보다 열을 생산하고 발산할 기회가 적은 편이라 몸 속 대사기능도 덜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박지호 아이누리한의원(천안점) 원장은 "허약한 아이들은 대사기능이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지고 몸속의 열 생산과 발산이 적어져 같은 추위도 다른 아이들보다 강하게 느낀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만성적으로 면역력도 떨어져 잔병치레가 많고, 식욕도 없는 편"이라고 말한다.

속이 냉한 아이, 가지고 있는 열 적어 추위 탄다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손이 유난히 찬 아이들이 있다. 손은 소화기 계통의 기운을 알 수 있는 신체 부위 중의 하나다. 만약 손이 유난히 차면서 추위를 탄다면 소화기 계통의 기운이 약한 것이 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소화기 계통이 기운이 약한 아이들은 평소에도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밥을 먹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이 많거나, 얼굴에 윤기가 없고 누런빛이 돌면서 입 냄새가 심하고, 손은 물론이고 발 또한 찬 편이다. 구역질을 곧잘 하고 먹어도 체중이 잘 늘지 않거나 바이러스 장염이나 만성 장염에도 쉽게 걸린다. 소화기 계통의 차면 소화나 배설, 흡수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체력도 약한 편이고 잘 자라지도 않는다.

박지호 원장은 "소화기계의 문제로 추위를 탄다면 무엇보다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기름지고 튀긴 음식, 밀가루 음식 등을 피하고 체온을 낮추는 차가운 음식(찬물, 아이스크림등)을 피하며, 틈틈이 따뜻하게 비빈 손바닥을 배꼽 아래 부분에 올려놓아 속이 따뜻해지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기혈순환이 잘 되지 않아 손발이 찬 경우도 많다. 우리 몸의 면역력은 체온이 높은 상태, 대사가 활발한 상태에서 더 강해지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는 허약 체질, 냉증 체질의 아이들은 잔병치레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성인보다 체온이 높기 때문에 성인과 단순 비교해 한(차가운)체질의 아이, 열(뜨거운)체질의 아이를 나눌 수는 없다.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소아과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의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겨울 보약으로 몸 덥히고 규칙적인 운동 필요

허약 체질의 아이거나 속이 냉한 아이들은 모두 몸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기력 강화와 냉체질 개선을 위해 인삼, 건강, 계지 등 혈류 순환을 돕고 몸에 따뜻한 기운을 넣어주는 약재를 이용한 처방을 활용한다. 특히 소화기를 튼튼히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약재들은 꾸준히 복용할 경우 만성적인 식욕부진, 성장부진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다.

평소에는 한방차를 활용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을 보충해주는 인삼차나 뜨거운 성질로 몸 안에서 열을 내게 하는 생강차를 옅게 끓여 마시게 한다. 식단을 꾸릴 때도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재료에 유념한다. 보통 파, 양파, 연근, 밤, 꿀, 단호박 등은 소화기계통을 기능을 좋게 하면서 기혈을 흐름을 편안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반면 백설탕, 청량음료, 콩나물, 오이 등은 몸을 차게 하므로 피하도록 한다.

또 "아이가 추위를 많이 탄다고 꽁꽁 싸매어 실내에서만 생활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추위를 피하는 것에만 신경 쓰면 아이 몸의 면역력은 점점 떨어져 갈수록 약골이 된다"는 것이 박지호 원장의 이야기. 다가올 겨울 건강을 위한다면 춥더라도 비교적 따뜻한 한낮 시간을 골라 일주일에 3회, 하루 30분씩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심폐 기능도 좋아지고 혈관도 튼튼해지면 추위를 덜 타게 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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