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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명예기자가 간다!]어르신들 '이성교제'는 당연하다

최민우 기자

기사입력 2012-01-11 10:23


 노인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셨나요?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도 그랬지만 강풀의 원작만화를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노인이 되려면 나이가 아직 멀고 먼 겨우 30대의 작가가 노인의 고독과 그리움을 어쩜 그렇게 잘 그려냈는지…. 심금을 울려 존경하는 마음까지 들었었다. 이 영화가 관객수 100만을 돌파한 것과 상반되게 훨씬 이전에 나왔던 '죽어도 좋아'란 노인의 성을 다루었던 영화는 "부담스럽다. 주책맞다. 추잡하다 등의 혹평과 함께 관객수도 저조했었는데 두 작품을 엮어보면 홀로 사는 건 불쌍하고 안되었지만 성은 노인의 몫이 아니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건 되지만 이성교제는 뭔가 할아버지 할머니답지 않은 모양새란 이기적인 결론이 내려진다.

 하지만 노령화사회가 되어가는 건 당면한 문제이고 그 노령화란 단어안에는 분명 홀몸 어르신이 있을게다. 노령인구의 20%정도가 홀몸 어르신이라는 서울 강동구는 현재 노-노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상담내용은 경제적 고민보다 이성교제를 더 많이 원하고 그 외로움의 정도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그대를…'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황혼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는데 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팅접수는 자녀의 신청에 마지못해 따라오든가 본인이 해도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막상 행사에서는 아주 적극적이었다며 노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했다.

 12월에 열렸던 '황혼의 멋진 만남'에서는 60대부터 80대 노인들이 박수치기 등 사회자의 인도에 맞춰 게임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이 옆에 있으면 두손을 부여잡고 얘기하고 마음에 들지않은 이성 앞에서는 무뚝뚝한 표정을 짓기도했다. 어르신들도 예쁘고 멋진 이성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게 젊은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아보였다. 특히 남자분들은 밝고 명랑한 이성을, 여자분들은 능력있고 리더십있는 이성을 원한다고 했다.

 인천시에서도 지난 해 '어르신 맞선' 프로그램을 가졌었는데 신청자 100명과 함께 결혼전문업체의 진행으로 당시 25쌍의 커플이 탄생했었다. 이 행사가 MBC를 통해 보도되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자식들이 볼까봐 화면처리를 해달라고 해서 뿌옇게 나오기도 했었지만 행사에 열심히, 즐겁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고정화된 이미지는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두분이 계시든 혼자 되시든 상대 배우자의 배우자이고, 여성과 남성이 아닌 그냥 인간, 그냥 노인네란 생각에 그분들이 이성교제를 하고 성문화를 가질 수 있다란 것에 놀라고 인정하고 싶지않아 한다.

 어르신의 교제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돈'이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돈을 노린 할머니 꽃뱀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하고 왠지 먼저 가신 분은 호강하지 못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할머니에게 돈과 마음을 주는게 아깝다란 생각을 가진 자식들의 반대에 외로워도 꾹꾹 참는다는 거다. 자식들이 부끄럽다니 자식 낯을 위해 포기하는 거다.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노인의 이성교제는 자식들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

 친정 어머니가 혼자 되시고 5-6년이 되었을 때 병원이 가깝다는 이유로 내집으로 오셨고 친한 이웃은 혼자 되신 아버지를 모셨었다. 외식을 몇 번하면서 두분이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상황이 비슷한 것은 알았지만 한번도 두분을 엮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그 어르신이 친정엄마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걸 보게되었다. 길이 미끄럽다며 조심하라고 손을 잡아주셨다는건 나중에 안 일이었고 그 당시에는 '먼저 가신 아버지가 불쌍하다'란 생각뿐이었다. 나는 친정엄마에게, 이웃도 자기 아버지에게 서로 친구가 되어보세요라고 권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각자 혼자 되셨지만 외로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두 분이 자식이상의 기쁨이나 대화상대가 될 수있다란 생각도 더더욱 없었다. 두분이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도 "잘 계시대" 단답만 했다. 그렇다고 나나 이웃이 어르신에게 최고의 말상대가 되었냐, 즐겁게 해드렸냐 솔직히 그건 아니다. 엄마자리를 잠깐 비울 때 노인네는 엄마대신 손자 손녀를 보는 역할로 알았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다 크고 노인분들의 역할이 줄어드니까 외롭고 적적하게 계시는 모습이 불쌍하고 불안해진다. 이기적인 생각까지 든다. 누군가 옆에 계셨으면 좋았을걸… 후회가 된다. 그 때 진작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대할 것을 권하지 않았을까? 왜 그런 자리를 좀 더 마련하지 못했을까? 노인들은 손자 손녀의 재롱이나 보면서 사는게 제일 큰 낙일거야라고 생각했을까? 먼저 가신 분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을까? 두분이 손을 잡았을 때 아, 친정엄마도 아직 여자로서 매력이 있구나라며 다행이란 생각을 못했을까?


 아버님 어머님들. 눈치없는 자식들의 눈총 신경쓰지말고 한살이라도 젊으실 때 도전하세요. 다행스러운건 독거노인들의 황혼재혼이 갈 수록 늘어간단다. 배우자와 백년해로하는게 제일 좋겠지만 등 가려울 때 긁어줄 수 있고 밥을 같이 먹을 수 있고 손을 꼭 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서로 아껴주고 예뻐서 뽀뽀해주는 모습이 젊은이들만의 몫은 분명 아닐게다.

SC페이퍼진 주부명예기자1기 최윤정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강동노인회관에서 열린 '어르신 황혼미팅'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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