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명예기자가 간다!]대안학교 '성장통' 언제까지…

최민우 기자

기사입력 2011-12-19 10:15


 ◇열린교육의 장 대안학교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키나와 유학시절 다니던 교회의 열린 학교는 자유분방함 속에서 정확한 교육이 이뤄져 새롭고 신기했다.

 나는 결혼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3년도에 일본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오키나와로 훌쩍 유학을 떠난 적이 있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많은 외국인들과 일본 사람들이 다니는 꽤 큰 교회가 있었다. 나는 다른 지역으로 교회를 다녔지만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 그 교회로도 종종 예배를 드리러 가기도 했었고 그 교회안의 또 다른 세상이 있어 도움을 드리러 종종 찾기도 했었다.

 교회안의 또 다른 세상은 바로 허가를 받고 정식으로 운영하는 열린 학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일엔 교회 본당이 칠판과 책상 등으로 학급을 구분해 약 15명 내외의 학생들이 한 반이 되어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정규수업과 비정규수업을 받는 교실이 되었고 각각의 소규모 모임실은 특별활동실, 혹은 기숙사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고 있는 것 만큼 원어민 교사를 통한 다양한 외국어 교육은 물론 일반학교와는 차별화된 틀에 억매이지 않는 과목들의 수업과 특별활동 등이 이 학교만의 큰 장점이 되기도 했다. 나는 한국어 수업을 하는 친구를 도와 한 달에 1~2번씩 학교 수업에 동참하곤 했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은 나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커리큘럼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나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그 안에서 분명 정확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 같은데 초등, 중등, 고등교육 등의 수업진도가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학교 학생들이 일반학교 아이들보다 성적은 물론 사고력, 창의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수한 면모를 보여 일류대학으로의 높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 이렇다보니 전교1등을 하는 학생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이 곳으로의 입학을 희망한다는 점 등 이 모든 것이 다 딴 세상에 온 듯 새롭고 신기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그런 열린교육의 장들이 대안학교라는 이름하에 90년대부터 설립되어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의 대안학교는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학교로 교육부는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 학업을 중단한 학생, 개인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 등에게 체험학습·적성교육·진로지도 등 다양한 교육내용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홈스쿨이다 문화센터다 놀이학교다, 어린이창조학교다 하면서 열린교육의 장과 자기계발의 장이 끊임없이 세워지고 다양화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대안학교에 대한 그림자는 아직 어둡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친구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학교진학에 대해 고민할 때 '대안학교'라는 네 글자를 꺼내보기는 커녕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일까.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졸업을 할 경우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고등학교 15곳, 중학교 4곳이 있다고도 하던데. 아마도 아직은 이렇다할만한 결과물이나 검증된 자료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선입견을 갖게 해 대안학교의 성장통을 오랜 시간 겪고 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울산의 한 공립 대안학교는 흡연·폭력 등으로 학교에서 벌점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옥체험교육이 비인권적 교육시스템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켜 대안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마저 들게 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대안학교가 제자리걸음하다 퇴색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치열한 교육 경쟁과 함께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반학교들 틈바구니 속에서 새롭게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강력한 신흥세력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SC페이퍼진 1기 주부명예기자 양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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