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가 많아진 요즘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당신의 차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대리운전기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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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앤모델: 대리운전은 얼마 동안 했는가?
카앤모델: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당연히 연말일 것 같은데 연말 평균 수입은 물어봐도 되나?
하대리: 연말 성수기라 한참 바쁜 시기는 맞긴한데 한 4~5년 전부터는 연말이래야 12월 2~3주 잠깐 반짝하고 만다. 한마디로 연말 대목이니 그런 별볼일 없다. 12월은 하루 평균 8만원~ 15만원 사이로 기사마다 수입이 조금씩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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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꽃이를 마치고 대략 8시가 되니 이곳 저곳 술 취한 손님들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 콜(전화)은 오지 않고 있다.
하대리: 라디오다 티비다 서울 끝에서 끝까지 만원이면 간다고 광고하고 하는데 그게 다 사업자들 배불려주는 일이라니까? 택시를 봐요 기사들이 사납금 빼고나면 얼마 못 가져가는거나 똑같은거예요! 대리운전 요금 싸게 광고해서 일은 많아 졌을지 몰라도 회사에 입금해야하는 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거든… 그거 내고 나면 하루 저녁 대리 10번해도 차가운 밤공기에 내 몸만 축나는거라… 오히려 몇 년 전에는 일은 적었어도 대리운전비가 적당해서 일이 쉬웠다니까?
카앤모델: 그럼 얼마정도의 대리운전 비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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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고객들한테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대리운전 10년차 하대리씨는 여의도 작은 대리운전 업체의 사장이지만 본인이 직접 일도 한다.
하대리: 기자님 이게 일이 있다고 해서 기사들이 다 일 가는게 아니거든요… 거 왜 겨울철 눈 내리고 손님 많은데 택시 잡기 힘든거랑 똑같아요… 대리운전 기사들도 일 많을때는 자기 가고싶은 코스 선택해서 가거든요… 아~ 한참 바쁘고 일 많은데 여의도서 강북까지 어느 기사가 돈 만원 만오천원 받고 가겠어요, 오다가다 길가에 시간 다 잡아먹고 호주머니 달랑 만원도 못 벌게… 그러니까 광고에 아무리 싸게 광고를 해도 기사들이 바쁜시간엔 안 가는거예요… 처음엔 멋모르고 일 생기면 다 가던 초보들도 일 좀 해보면 어느 시간대 어디로 가고 어디는 가지 말아야 할지 감이 온다니까요?
손님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에 얼른 나가는 하대리씨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바로 다리건너 마포까지 간다고 한다. 거리도 가깝고 길도 안 막히고 지역대리들은 복귀도 쉬우니 장거리 안갈바엔 이런 가까운거리 가는 일이 최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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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앤모델: 오랫동안 밤일을 하다 보면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나는 손님 있나?
하대리: 별별 손님 다 있다. 뭐~ 여자 손님들하고의 로멘스 이런거 이야기해도 되나?
카앤모델: 심의들어온다~ 적당히 수위 조절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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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1시가 넘어가는 무렵 주차장에 차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주차장엔 차 꽃이 해둔 홍보물만 나뒹군다.
카앤모델: 새벽에 교통편도 없을텐데 이동은 주로 어떻게 하나?
하대리: 예전엔 속칭 '꽁지'라는게 있어서 대리기사들만 전문적으로 이동해주고 차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손님한테 받은 금액의 20%정도를 주는데 출발전 미리 전화하면 도착지에서 대기하다가 태우고 다시 출발지로 데려다 주곤 했다. 지금은 뭐 워낙에 광역화되서 그런게 필요없고 대리기사들이 도착지에서 또 다른 콜을 받아 이동한다. 그 외에도 새벽에 대리기사들만 전문적으로 태우고 이동하는 미니버스(승합차)가 서울 경기 왠만한 큰 노선엔 다 있어서 어딜가도 이동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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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리: 6~7시엔 나와서 준비하고 본격적인 콜은 9시 즈음부터 받기 시작한다. 밤 10~12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이 시간에 길에서 시간 다 잡아먹고 몇 건 못하면 그날은 십중팔구 공치는 날이다. 빨리 끝내는 날은 새벽 1~2시 사이 접고 들어간다. 12월 한달은 송년회다 뭐다 술자리가 제일 많은 기간인데 이럴 땐 평균 3시까지는 있는다. 뭐 이 시간쯤 콜 받아서 대리운전 나가면 보통은 현지(도착지)에서 첫 버스 타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카앤모델: 이 일은 언제까지 할건가?
하대리: 사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밤이슬 맞아가며 일하는 사람 중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어렵고 딱히 다른 대안 없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주위엔 낮엔 교사 생활하면서 밤엔 대리운전하는 부지런한 사람도 있었다. 근데 한 몇 년 전부터 대리운전 단가가 말도 안되게 낮아지면서 일해야 몸만 힘드니 대부분 그만뒀다. 동생이하는 조그만 인터넷사업이나 함께 해볼 생각인데 아직까진 뚜렷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당분간은 계속 할 예정이다.
카앤모델: 배고프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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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깊은 단잠에 빠져있는 새벽 4시 밤새 찬바람에 얼어있던 속을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달래본다.
카앤모델: 마지막으로 카앤모델 독자 및 고객들께 한마디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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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앤모델 뉴스팀/강호석기자 photo@carnmod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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