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동행취재 ‘대리운전’

차윤석 기자

기사입력 2011-12-06 11:38


연말 술자리가 많아진 요즘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당신의 차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대리운전기사들이다.

월간 카앤모델에서는 2011년 연말 어느 대리운전기사의 하루를 살펴보았다.

먼저 인터뷰에 협조해준 기사분은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하대리) 처리하였으며 촬영에 협조해주신 손님들과 기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1년 11월말의 어느 금요일 저녁 여의도의 한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하대리 추운 밤공기 때문인지 두툼한 잠바를 입고 등장한 그의 모습에서 밤공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녁 6시즈음 모든 사무실이 문을 닫을 무렵 만난 하대리씨는 한 손에 전단지를 가득 들곤 주차된 자동차유리와 창문에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보통 6~7시쯤 출근해 차꽃이(차에 광고지 돌리는 것을 차꽃이라 부른다)해놓기 시작하는데 이맘때 즈음이면 불법 주차단속도 끝나는 시간이라 아무래도 주차하기도 편하고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퇴근 후 식사와 함께 술들 한잔 하기 때문이란다.

카앤모델: 대리운전은 얼마 동안 했는가?

하대리 : 한 10년 되가는 것 같다.

카앤모델: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당연히 연말일 것 같은데 연말 평균 수입은 물어봐도 되나?

하대리: 연말 성수기라 한참 바쁜 시기는 맞긴한데 한 4~5년 전부터는 연말이래야 12월 2~3주 잠깐 반짝하고 만다. 한마디로 연말 대목이니 그런 별볼일 없다. 12월은 하루 평균 8만원~ 15만원 사이로 기사마다 수입이 조금씩 틀리다.



차꽃이를 마치고 대략 8시가 되니 이곳 저곳 술 취한 손님들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 콜(전화)은 오지 않고 있다.

하대리: 라디오다 티비다 서울 끝에서 끝까지 만원이면 간다고 광고하고 하는데 그게 다 사업자들 배불려주는 일이라니까? 택시를 봐요 기사들이 사납금 빼고나면 얼마 못 가져가는거나 똑같은거예요! 대리운전 요금 싸게 광고해서 일은 많아 졌을지 몰라도 회사에 입금해야하는 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거든… 그거 내고 나면 하루 저녁 대리 10번해도 차가운 밤공기에 내 몸만 축나는거라… 오히려 몇 년 전에는 일은 적었어도 대리운전비가 적당해서 일이 쉬웠다니까?

카앤모델: 그럼 얼마정도의 대리운전 비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대리: 예로 아~ 서울에서 일산까지 3만원은 받아야죠, 여의도에서 일산까지 2만원, 15,000원이 뭡니까! 택시비도 3만원은 넘게 나오는데… 우리가 콜 받아서 가거나 일 끝나고 움직일 때 택시를 하루 밤에도 수 차례씩 타는데 같이 운전대로 먹고 사는데도 택시기사들이 우리 대리기사를 욕해요… 손님들이 그런답디다. "요즘 누가 택시 불러 가냐고 대리해서 가는게 싸다"고 하면서요 그런예기 들으면 우리도 뭐라 할말 없다니까?

밤 10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고객들한테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대리운전 10년차 하대리씨는 여의도 작은 대리운전 업체의 사장이지만 본인이 직접 일도 한다.

하대리: 기자님 이게 일이 있다고 해서 기사들이 다 일 가는게 아니거든요… 거 왜 겨울철 눈 내리고 손님 많은데 택시 잡기 힘든거랑 똑같아요… 대리운전 기사들도 일 많을때는 자기 가고싶은 코스 선택해서 가거든요… 아~ 한참 바쁘고 일 많은데 여의도서 강북까지 어느 기사가 돈 만원 만오천원 받고 가겠어요, 오다가다 길가에 시간 다 잡아먹고 호주머니 달랑 만원도 못 벌게… 그러니까 광고에 아무리 싸게 광고를 해도 기사들이 바쁜시간엔 안 가는거예요… 처음엔 멋모르고 일 생기면 다 가던 초보들도 일 좀 해보면 어느 시간대 어디로 가고 어디는 가지 말아야 할지 감이 온다니까요?

손님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에 얼른 나가는 하대리씨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바로 다리건너 마포까지 간다고 한다. 거리도 가깝고 길도 안 막히고 지역대리들은 복귀도 쉬우니 장거리 안갈바엔 이런 가까운거리 가는 일이 최고라고 한다.


보통 요즘의 흔한 대리운전은 광역대리운전으로 TRS나 PDA 등을 이용하여 어느 지역으로 움직이던지 해당지역의 콜을 받아 다시 이동이 가능하다(마치 콜택시처럼), 그렇지 않고 하대리씨처럼 한 지역 위주로 영업을 하는 지역대리운전은 일반 광역 대리운전에 비해 비용이 조금 높다. 그 이유는 출발지로 가급적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지역대리들은 인근 업소에서도 좋은 가격의 콜을 받기 때문에 광역 대리운전기사보다 일은 적게해도 막상 하룻밤 벌어가는게 비슷해 양쪽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한다.

카앤모델: 오랫동안 밤일을 하다 보면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나는 손님 있나?

하대리: 별별 손님 다 있다. 뭐~ 여자 손님들하고의 로멘스 이런거 이야기해도 되나?

카앤모델: 심의들어온다~ 적당히 수위 조절해 달라.


하대리: 술에 취한 손님이 시비를 걸어와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 경험 좀 있는 기사 같으면 자기 감정 잘 누르고 상황에 잘 대처한다. 손님하고 싸워봐야 좋을 거 없다. 그에 반해 뭐 일단 손님이 술에 취해 기분이 좋고 말이 통한다 싶으면 손님 집 근처에서 같이 술 한잔하며 이야기 동무해주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물론 차비는 충분히 받아야 그날 공치지 않기에 설명드리고 같이 한잔 한적도 있다. 경험 많은 대리기사 수입이 좋은 또 다른 이유가 이런데 있다. 손님하고 싸울수도 있고 팁을 받을 수도 있는데 거의가 기사하기 나름이나. 나도 남자지만 우리네 가장들 정말 외로운 것 같다.

새벽1시가 넘어가는 무렵 주차장에 차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주차장엔 차 꽃이 해둔 홍보물만 나뒹군다.

카앤모델: 새벽에 교통편도 없을텐데 이동은 주로 어떻게 하나?

하대리: 예전엔 속칭 '꽁지'라는게 있어서 대리기사들만 전문적으로 이동해주고 차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손님한테 받은 금액의 20%정도를 주는데 출발전 미리 전화하면 도착지에서 대기하다가 태우고 다시 출발지로 데려다 주곤 했다. 지금은 뭐 워낙에 광역화되서 그런게 필요없고 대리기사들이 도착지에서 또 다른 콜을 받아 이동한다. 그 외에도 새벽에 대리기사들만 전문적으로 태우고 이동하는 미니버스(승합차)가 서울 경기 왠만한 큰 노선엔 다 있어서 어딜가도 이동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카앤모델: 보통 일은 언제 끝내나?

하대리: 6~7시엔 나와서 준비하고 본격적인 콜은 9시 즈음부터 받기 시작한다. 밤 10~12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이 시간에 길에서 시간 다 잡아먹고 몇 건 못하면 그날은 십중팔구 공치는 날이다. 빨리 끝내는 날은 새벽 1~2시 사이 접고 들어간다. 12월 한달은 송년회다 뭐다 술자리가 제일 많은 기간인데 이럴 땐 평균 3시까지는 있는다. 뭐 이 시간쯤 콜 받아서 대리운전 나가면 보통은 현지(도착지)에서 첫 버스 타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카앤모델: 이 일은 언제까지 할건가?

하대리: 사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밤이슬 맞아가며 일하는 사람 중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어렵고 딱히 다른 대안 없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주위엔 낮엔 교사 생활하면서 밤엔 대리운전하는 부지런한 사람도 있었다. 근데 한 몇 년 전부터 대리운전 단가가 말도 안되게 낮아지면서 일해야 몸만 힘드니 대부분 그만뒀다. 동생이하는 조그만 인터넷사업이나 함께 해볼 생각인데 아직까진 뚜렷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당분간은 계속 할 예정이다.

카앤모델: 배고프지 않은가?


하대리: 왜 택시 기사들이 교대시간 되면 해장하고 들어가듯 대리기사들도 일 마치면 마음 맞는 사람과 몸도 녹일 겸 한잔씩들 하곤 들어간다. 밤새 돈 버느라 피곤한지 몰랐던 몸이 일 뜸해지는 새벽1~2시가 넘어가면 춥고 배고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24시간 맛 집 그런 곳 많이들 안다.

사람들이 깊은 단잠에 빠져있는 새벽 4시 밤새 찬바람에 얼어있던 속을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달래본다.

카앤모델: 마지막으로 카앤모델 독자 및 고객들께 한마디만 부탁한다.


하대리: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 대리운전하는 사람치고 전에 잘나지 않은 사람 없듯 주어진 삶에 열심히 살다 보면 누구나 행복하지 않을까? 카앤모델 독자들 중에도 차를 운전하는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연말 적당한 음주' 뭐 이런 상투적인 말 말고... 대리운전 부를 땐 가급적 보험가입여부 확인하고 대리운전은 택시가 아닌 만큼 출발 전 일행이 있어서 경유지가 있으면 꼭 예기하고 가면 되시겠다.



카앤모델 뉴스팀/강호석기자 photo@carnmod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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