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명예기자가 간다!]둘레길 때론 낡은의자가 더 아름답다!

　요즘 주변에서 올레길, 둘레길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제주도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 열풍이 지리산 둘레길을 거쳐 강원도 옛 대관령길을 바우길로 명명하더니 산 주변이나 경치 좋은 곳은 어김없이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산 둘레길을 비롯, 관악산 둘레길, 불암산 둘레길과 남산 둘레길을 비롯 옛성곽을 따라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둘레길이란 거주지역이나 명소등의 주변에 난 길을 의미하는 산책로를 뜻한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바람으로부터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돌담을 따라 늘어선 골목길을 뜻한다면 둘레길은 성곽이나 명소, 공원 주변의 길을 뜻한다. 걷는 것은 장비도 필요없고 시간 날 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다. 그 때문에 지자제에서는 시민의 건강을 위해, 혹은 환경 개선과 관광을 통한 수입창출을 위해 둘레길 개발에 여념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더 많은 둘레길이 주변에 생길 듯 싶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집 근처도 요즘 둘레길 개발이 한창이다. 개발과 더불어 안내표지판이 생겼으며 전망대에서 서울시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길을 걷다보면 지자체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곳도 많다. 2년전 태풍으로 쓰러졌던 나무들이 의자로 놓여 있다거나 한켠에 비스듬이 눕혀있는 모습을 보면 태풍의 위력을 새삼 기억하게 만든다. 나무들이 있던 자리는 인공호수가 만들어졌으며 산책로 주변은 좀더 쾌적하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때로는 낡아가는 의자가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 풍경처럼 존재하는 의자를 보며 우리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우리는 낡아가는 의자에게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의자의 변신을 종종 목격한다. 의자는 페인트로 덧칠되어 가는 중이며 아이들이 놀던 운동기구와 어르신들이 쉬던 마루가 말끔하게 변신중이다. '칠조심' 이란 글자를 발견할 때마다 마음 한켠이 복잡해진다. 쉬어 갈 수 있는 여유를 방해 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또한 땅에 구멍을 내고 피스를 치는 등 둘레길은 소란스럽다. 굳이 피스가 없어도 될 만한 곳까지 구멍을 파는 것 같아 내심 불편하다. 혹시나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것은 좋은데 굳이 해도 되지 않을 곳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궁금하다. 차라리 나무 한 그루를 더 심고 철조망을 가려주는 꽃을 심는 것은 어떨까. 호수에는 사계절 내내 헤엄칠 수 있는 잉어를 길러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거기다 급하게 무엇인가를 만들다보니 안내표지판의 방향도 엇갈리게 해 놓았다. 물론 마을 주민들은 다 아는 길이므로 잘못된 방향을 따라 길을 가다가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초행길인 사람들이 안내판을 따라 길을 가다가 방향을 잃게 되면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지는 뻔하다. 　그래서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정확한 위치를 알려면 곧바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겨두고 전화를 끊었다. 의자를 페인트 칠하는 것이나 안내표지판의 방향은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이 작은 행복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러한 것에서부터 시민의 마음을 읽어주는 행정을 펼쳤으면 좋겠다.

SC페이퍼진 1기 주부 명예기자 박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