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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국 100대 명산] 81차 용화산-춘천의 가을을 만끽한 시간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22 16:15

<100대 명산-81차 용화산>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금아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은 이렇게 끝맺음을 한다. 일본에서 만났던 아사코라는 여인과의 아련했던 추억과 헤어짐을 한올한올 담아낸 글에서 우리는 쓸쓸함이 가득 담긴 그리움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춘천과 소양강 그리고 가을은 왠지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춘천의 머리쪽에 자리잡은 용화산을 가을에 찾는다는 것이 은근히 설레였던 이유다. 7080세대들이 기타를 둘러메고 비둘기호나 무궁화호의 연결칸에 쪼그리고 앉아 낭만을 만끽하며 떠났던 곳, 이제는 기차 대신 전철로 갈 수 있는 곳, 수필 '인연'의 정서와 무척 닮아있는 곳,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가 81번째로 찾은 용화산은 바로 춘천 인근에 있었다.

산행 당일인 18일 새벽, 굵은 빗방울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지난 봄과 여름 지겹게도 내린 비로 최근 몇달간 찾은 100대 명산은 늘 우중 산행이었다. '이번달도 또?'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해가 뜨면서 비는 그쳤다. 오히려 전날까지 이어진 이상 고온이 싹 가시고 가을의 싸늘함이 온 몸을 감쌌다. 확실히 계절을 속일 수는 없나보다.

용화산 정상 부근은 구름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암릉들의 자태는 확실히 눈에 띈다. 화강암으로 주로 이뤄진 산답게 양통개울을 따라 시작된 들머리 초입부터 바위 투성이다. 조금 올라가니 폭발물 처리장이다. 한국전쟁 당시 용화산 북쪽 파로호를 배경으로 남북간 혈전이 벌어졌고, 지금도 분단의 현장과 멀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파로호가 위치한 화천 태생의 윤정민씨는 딸 박은혜씨를 이끌고 이번 100대 명산 찾기에 참가했다. 용화산은 윤씨가 어렸을 적 뛰어놀던 곳, 하지만 초등학생 때 서울로 집이 이주하고 결혼을 한 후 경남 진주에 살다보니 고향땅을 좀처럼 밟아볼 기회가 없었단다. 임용고시를 준비로 고생하느라 이렇다 할 나들이도 못가는 딸은 자신의 생애 첫 산행지로 용화산을 찾아 어머니와 추억 여행을 즐기는 모습.

돌밭길을 지나 다소 지루한 오르막길 끝에 큰 공터를 배경으로 버드나무샘이 있다. 물 한모금 쭉 들이키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도로 이정표가 보인다. 예전에 임도였던 큰고개까지의 길이 이제 아스팔트로 포장된 것. 여기서 정상까지 이르는 30여분의 코스가 암릉이 어우러진 용화산 산행의 백미인데, 이를 손쉽게 맛보기 위한 산행객들이 버스에서 끊임없이 내린다.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정서, 이 것이 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니 약간의 허탈감마저 느껴졌다.

본격적인 암릉길의 시작이다. 층계바위, 입석대를 배경으로 멋진 풍광이 쫙 펼쳐지지만 로프를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길이라 그 매력이 좀처럼 눈에 안 들어온다. 하지만 정상 인근 만장봉에 이르자 사방이 그대로 뚫렸다. 북쪽으로는 중첩된 산을 배경으로 푸른 파로호가 나타나고 남쪽으로는 북한강이 펼쳐졌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 정상을 밟은 후 안부를 거쳐 용화산휴양림의 뒷쪽길로 하산길을 잡았는데, 정식 등산로라기 보다는 탈출로에 가까워서인지 길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암벽 등산로엔 로프가 어김없이 준비돼 있다. 겨울철 눈이 쌓이고 얼음이라도 언다면 무척 어려운 길이 될 것 같다.

5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치고 개울길에서 발을 닦으며 용화산과의 '인연'을 마쳤다. 물론 밀려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받겠다며 호기 어리게 반소매로 산을 누볐던 '객기' 때문에 한동안 감기로 고생했지만 말이다.
용화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이번 용화산 산행에는 58년 강원산악회 창립 멤버이자 지역 토박이인 이원상씨가 초청 강사로 나섰다. 국내 및 해외 유명 트레킹 코스를 담은 '내려가는 길은 아름답다' '느림과 침묵의 길 산티아고' 등의 저서를 발표하기도 한 이씨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장 춘천이라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우리의 건강, 일상에서의 일탈, 즐기기 위해 길(산)을 걷는 것을 강조한 이씨는 가장 즐거운 산행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가는 것이라며, 2002년 아내의 환갑을 기념해 해남 땅끝마을에서 춘천까지 도보 여행을 하며 겪은 얘기 보따리 등을 풀어놨다.

<용화산은?>

춘천에서 북쪽으로 28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파로호,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 등이 접해있어 호수의 풍광과 함께 기암과 바위가 연이어지는 바위산행으로 유명하다. 정상에서 동서로 내리 뻗은 아기자기한 능선과 암벽, 용암봉을 비롯한 암봉들이 볼만하다. 이 산의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용화산(龍華山)이라 이름 지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득남바위, 층계바위, 하늘벽, 만장봉, 주전자바위, 작은비선대 등 숱한 기암괴석을 따라 암릉 코스도 잘 발달돼 있다.

<산행 참가자>

최종철 김연희 임가빈 고진아 김인희 조현승 박재홍 임동수 김정덕 김태현 정신해 홍남희 오영기 이해종 이민열 이경우 변상석 문영주 백남욱 김정숙 김진영 안혜연 이내선 전인희 이수남 신승예 황순옥 윤정민 박은혜 윤미영 정석희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10월 8~9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월악산(1097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월악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0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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