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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꽃게' '전어' 가 부른다! 초가을 서해안 미식기행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1-09-13 15:59

<김형우 기자의 맛있는 여행>

추석도 지나고 본격 가을 여행시즌이 열렸다. 하지만 알록달록 단풍은 아직 이르고, 햇살은 따갑다. 이 같은 간절기에는 제철 별미기행이 제격이다. 가을의 초입은 먹을거리도 풍성해져 미식기행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서해안 또한 이맘때 미식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서늘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꽃게'와 '전어', '대하'가 별미거리로 오르내린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속살이 야들야들 고소한 꽃게, 고소한 그 맛으로 대가리 속에 참깨가 서 말이라는 전어는 왕성한 가을 입맛을 채워줄 최고의 별미거리가 된다. 이즈음 서해안 최고의 황금어장을 품고 있는 충남 서천군 월하성포구-홍원항을 찾으면 이들 맛난 미식거리를 만날 수 있다.
월하성포구-홍원항(서천)=글·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충남 서천군 서면 월하성 포구 앞바다는 요즘 가울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이른 새벽 어부 김영 두씨의 배를 타고 꽃게잡이에 동행했다. 사진은 싱싱한 꽃게 그물을 막 건져 올리는 장면.<월하성포구(서천)=김형우 기자>
1.서해안 대표 별미 '꽃게'

꽃게잡이 배에 오르다

추석을 목전에 둔 9월 초순, 꽃게잡이의 명소인 충남 서천군 서면 월하성 앞바다를 찾았다. 월하성 해역은 금강하구가 가까운데다 개펄이 기름져 사철 어패류가 넘쳐나는 황금어장이다. 겨울엔 숭어와 잠뱅이, 봄은 주꾸미, 초여름까지는 도다리, 갑오징어가 잘 잡힌다. 여름 금어기를 지나 초가을부터는 꽃게와 전어 떼가 몰려드는 등 철철이 맛나고 싱싱한 해물이 넘쳐난다.

월하성 마을에서 26년째 조업을 하고 있다는 김영두(56)-김연희 씨(53) 부부의 배를 따라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마침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웃 친지들과 나눠 먹을 꽃게를 건지러 앞바다에 나서려던 참이었다.


월하성포구의 여명. 어부들은 새벽 3~4시부터 조업을 준비한다.
"새복 4시 반 까정은 오셔야 하겄는디~"

그 시각 월하성 포구에는 벌써 어민들이 나와 조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전 3시부터 나왔다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김 씨 부부 소유의 삼보호(1.86톤급 연안자망)에 함께 올랐다. 초가을 바닷바람은 차갑다. 윈드재킷 지퍼를 한껏 올려도 질주하는 선상의 찬바람에 절로 고개가 파묻혀 진다.

월하성포구의 꽃게조업은 이미 8월 하순부터 시작됐다.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달 21일 부터 10월말까지는 꽃게 그물을 건져 올리게 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용케 계절의 변이를 알아차린 꽃게 떼가 월하성 앞바다에 나타나 어민들을 흡족하게 해준다.


김영두씨가 월하성 포구 앞바다에서 꽃게 그물을 건져 올리고 있다.
그물 부표가 동동 떠 있는 조업장 까지는 배로 20여 분 남짓. 포구에서 그리 멀지 않다. 너른 바다, 비슷한 생김새의 부표 중 자신의 것을 찾아 내는 게 참으로 신통하다.

"오래 하다보니께 기냥 눈 감고도 되는 거지 뭐, 별 거 없시유. 온 바다가 내 것이라 맘에 드는 디다가 그물 치고, 내일은 또 다른 디다가 치고(하하하)."

김 씨 부부는 전 날 쳐 놓았다는 그물을 당기기 시작했다. 첫 그물부터 제법 토실하게 살이 오른 꽃게가 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꽃게에 섞여 조기도 간간히 걸려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물에 걸린 놈들은 어른 손바닥만 한 꽃게들이다. 부부의 얼굴엔 연신 화색이 돌았다.


갓 잡아올린 싱싱한 꽃게
아침 두어 시간 남짓 조업으로 건져 올린 꽃게의 양은 30~40kg 정도. 요즘 산지 위판가가 1kg당 1만7000~1만8000원을 호가하니 꽤짭잘한 수입이다. 하지만 꽃게 가격은 늘 변하고, 기름값 등이 올라 재미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추석이 지나면 가격이 내릴 테고. 올해는 유독 날씨도 궂어서 출어의 기회도 적었다고 했다.

"모르는 양반들은 계산을 간단허게 허더라구요. 가령 김영두가 하루 조업을 해서 1만 원을 버니께 한 달이면 곱하기 30, 그래서 월수 30이라고 못밖어 버려유. 근디 택도 없시유. 그렇게만 됨사 팔자 좋지유. 기름 값에 어구값, 이것저것 제하고 나믄 밸로 이문이 없다니께. 맨날 바다에 나갈 수도 없구 말여."

김씨는 어민들의 현실을 얘기하는 대목에선 볼이 움푹 패일 정도로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 당기고 또 내뿜었다.

"모른다니께, 암두 몰러. 어민들의 속 타는 심정을…. 꽃게는 다리에 그물이 칭칭 감겨서 그물을 한두 번 쓰면 다 버려야 하거든. 게다리가 끊어지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니께, 그물부터 찢어야 하는 걸 뭐."


월하성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김영두-김연희씨 부부.
김 씨는 유독 월하성 꽃게가 맛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그물을 치고 하루 이틀만에 건져 올리기 때문에 잡힌 게가 스트레스를 덜 받아 살이 토실하고 맛나다는 것이다. 반면 먼 바다에서 조업을 할 경우 그물을 치고 건져 올리는 간격이 길어져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꽃게를 잡아 올리게 된다고 한다.

한편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다. 때문에 월하성마을 사람들은 조업을 마치면 아예 배를 경운기로 끌어 뭍에 올려다 놓는다, 물때를 맞춰 조업을 나갈 때에도 경운기가 동원된다. 김 씨도 조업을 마친 후 배를 경운기로 끌어 올렸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비록 장화차림이라지만 바닷물에 뛰어들어 허리춤까지 적셔야 한다.

"우리는 부부사이가 나빠질 수가 없시요. 맨날 이렇게 뱃전으로 서로 올려주고 손을 잡어주고 허야 하니께(하하하)."


아침 조업을 마치고 돌아 온 김영두씨가 그물에서 게를 떼어 내고 있다.
포구에 돌아 온 시간이 오전 7시 30분. 그물걷이 작업을 마쳤어도 할 일이 태산이다. 뭍으로 끌어 올린 배의 갑판위에서 꽃게 분리작업을 해야 한다. 이후 어구를 정리하고 나면 점심때가 훌쩍 지난다.

잠시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였는가 싶으면 또 오후 그물걷이에 나서야 하고, 내일 새벽 바다가 부부를 기다린다.

"암튼 도시 양반들은 비싸다고만 하덜 말구 맛나게들 자셔야 한다니께요."

가을 꽃게, 이렇게 먹어야 맛나다


가을 꽃게는 찜이 제격이다.
일반적으로 봄꽃게는 알이 꽉 차 간장게장으로 제격이고, 요즘 것은 살이 토실해 찜으로 최고다. 월하성 마을 김상덕씨(44)는 "갯가 사람들은 요즘 꽃게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봄꽃게 처럼 알은 없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살이 꽉찬 꽃게찜.
꽃게는 동해안 대게맛과는 또다르다. 대체로 동해안의 어패류가 시원한 맛을 낸다면 서해-남해안 등 뻘이 발달한 곳에서 건져 올린 것들은 그 맛이 훨씬 오묘하다. 김치에 비유하자면 마치 젓갈을 듬뿍 넣고 담근 전라도 김치의 맛이라고나 할까. 가을 꽃게는 이즈음 홍원항, 월하성마을 등을 찾으면 맛볼 수 있다.

2.가을 미식의 대명사 '전어(錢魚)'

제철 맞은 전어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전어철이다. 가을 전어가 맛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봄에 태어나는 전어는 여름을 거치며 살을 찌워 가을부터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그 중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는 때가 이즈음이다. 봄에는 100g당 지방이 2.4%에 이르지만 9월경이면 6%로 늘어나고 뼈조차 부드러워진다.

전어는 성어가 되면 한 뼘 정도 자란다. 맛은 중간 크기(20cm)에 육질이 탄력 있고 불그스름한 기운을 띤 것이 최고다. 여름 전어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 것은 뼈가 억세 가을 전어만 못하다.


가을 서해안의 대표 미식거리로는 전어가 꼽힌다.
사람들이 유독 가을 전어에 입맛을 다시는 이유는 맛도 맛이려니와 전어가 충실한 영양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전어는 추어 못지않은 훌륭한 가을 보양식이다. 가을전어에는 봄, 여름보다 3배가 많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때문에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와 EPA를 유독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아미노산과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풍부하다는 게 영양학자들의 분석이다. 또 한방에서는 전어가 장과 방광기능 향상에 효험이 있다고도 말한다.

갈수록 귀해지는 전어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몸길이 15~31㎝ 가량으로, 등쪽은 암청색,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우리나라 남해와 동중국해, 일본 중부 이남에도 서식한다. 수심 30m이내의 연안에서 주로 살고, 남쪽에서 월동하다 북상해 산란한다. 우리로 치자면 대체로 충청,전라, 경남 해안 일원이다.

전어잡이는 간조와 만조 사이 연안에 바닷물이 가득들 때 주로 이뤄진다. 뱃머리에서는 노련한 갑판원이 물위로 뛰어오르는 전어 떼를 육안으로 관찰하고, 선장은 어군탐지기를 동원해 이들의 이동을 체크한다.


전어회
올해 전어의 작황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편이다. 몇 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 떼가 창궐해 전어 떼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어 역시 방어 본능으로 큰 무리 보다는 작은 무리를 지어 연안에 출몰하고 있어 어로작업에 애로를 겪는 중이다.

국내 전어 미식기행 1번지로 꼽히는 충남 서천군 홍원항 일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서천 '전어-꽃게축제'(9월24일~10월 9일)를 준비 중인 서천군 서면 김대준 개발위원장(60)은 "그간 전어의 작황이 신통치 않았지만 대목을 앞두고 전어 떼가 홍원앞바다에 자주 출몰하고 있어 축제를 할 즈음이면 맛좋은 전어를 실컷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는 축제의 명칭을 아예 '전어-꽃게축제'로 바꿨다. 가을철 서천 앞바다에는 전어 말고도 꽃게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한편 전어와 함께 서해안 가을 별미로 통하는 대하의 작황은 확실히 좋지가 않다. 어민들은 올여름 비가 많이 내려 연안 바닷물의 담수화가 진행 된 것을 그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어 이렇게 먹는다='대가리 속 참깨 서 말'이라는 말이 따라붙듯 예로부터 전어는 기름이 많아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생선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 없이 모두 좋아했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했다"고 예찬을 해두었다. 실학자 정약전도 '자산어보'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해 두었다.
전어구이
전어를 먹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거든 굵은 소금 흩뿌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낸 구이가 제격이다. 전어 석쇠구이는 노릇노릇 지글지글 소리 내며 익어가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고소하다. 집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할 정도의 고소함이란 바로 몸에 배인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오는 것이다.

영양을 따지자면 회나 무침이 좋다. DHA와 EPA, 타우린 등은 열을 가하면 손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마늘, 양파, 당근, 오이, 깻잎 등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회무침은 지방이 많은 가을전어의 기름진 맛을 없애준다. 때문에 담백-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입맛 돋우기에 최고다. 또 야채까지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인데다 밥 한 덩어리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마무리로 포만감까지 채울 수 있다.
전어무침
일부 미식가들은 가을 전어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은 된장에 찍어 마른 김과 묵은 김치에 싸먹는 게 제격이라고도 한다.

전어는 젓갈로도 유명하다. 젓갈 중 으뜸으로 꼽혀 온 전어 젓은 내장 가운데 하나인 '밤'만으로 담그는 전어밤젓, 전어의 내장만을 모아 담근 '전어속젓' 등 으뜸 밥반찬으로 꼽힌다.

◆여행메모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IC~서면~월하성 마을~홍원항


홍원항 바닷가에 자리한 '너뱅이 등대회집'.
별미 어디서 맛볼까=서천군 서면 홍원항에서 가을 별미인 꽃게, 전어 등을 맛볼 수 있다. 포구 해안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너뱅이 등대횟집(041-951-7870)'이 토박이들 사이 맛집으로 통한다. 꽃게찜 4만원(1kg), 전어회-구이 각 3만원, 전어무침 3만5000원.

월하성 마을에는 허가를 낸 횟집이 있다. 이들 식당에서 꽃게 등을 맛볼 수 있다.

꽃게 산지 택배=월하성 마을 김영두 씨(041-952-0594) 등 어민들로부터 꽃게 대하 등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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