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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컵]'절친'토마스 권유→황돔→퍼펙트 우승+세계랭킹1위, 켑카 잊지 못할 1주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0-22 05:30




잊지 못할 1주일이었다.

'필드의 슈퍼맨' 브룩스 켑카(28·미국)는 '절친' 저스틴 토마스(25·미국)로부터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리지(이하 CJ컵)' 출전을 권유받았다. 이후 2018~2019시즌 자신의 첫 출전 무대로 'CJ컵'을 택했다. 선택의 결과는 짜릿했다. '퍼펙트 우승'이었다.

켑카는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7184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섞어 8언더파 64타를 쳤다. 이로써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켑카는 2위 개리 우드랜드(미국)를 4타차로 제치고 황금색 이름이 박힌 CJ그룹 특별제작 우승트로피에 입 맞췄다.

이 우승으로 페덱스 포인트 500점을 받은 켑카는 두둑한 우승상금(171만달러·약 19억3600만원)도 챙겼다. 첫 출전 만에 대회 첫 우승을 일군 켑카는 지난 8월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이후 2개월여 만 또 다시 우승을 맛봤다.

흥미로운 스토리도 완성됐다. 2년 연속 '올해의 선수'→'CJ컵 우승'의 공식이 이어졌다. 2016~2017시즌 올해의 선수 토마스가 CJ컵 우승한 이후 켑카에게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2017~2018시즌 올해의 선수로 발탁된 켑카는 토마스가 걸었던 그 길 그대로 CJ컵 을 품에 안았다.

무엇보다 '낚시광' 켑카는 지난 대회 전인 지난 16일 제주 앞바다에서 50cm가 넘는 '황돔'을 낚았다. 당시 "미신은 믿지 않는다"면서도 "황돔이 좋은 운을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며 웃은 켑카의 말이 현실이 됐다. 우승을 차지한 뒤 켑카는 "여전히 미신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 낚시를 하면 대어를 낚을 때도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것에는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우승의 결정적 포인트는 16번 홀(파4)에서 나온 환상적인 '칩 인 버디'였다. 티샷이 벙커에 빠진 뒤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러프로 향했다. 그린이 칩샷 지점보다 높아 홀 컵에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켑카의 칩샷은 그린 오른쪽으로 떨어진 뒤 왼쪽으로 굴러 핀을 맞고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켑카는 "25야드(약 23m) 정도 거리였다. 라이가 나쁘지 않아 스핀을 걸어보려고 했다. 샷을 치고 스스로 '괜찮은 샷'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갈 지는 몰랐다. 그 전에 캐디가 '이 샷은 꼭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넣었다. 그 순간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켑카는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좋은 스코어를 냈다. 특히 매 라운드 후반 9홀에서 전반보다 더 많은 타수를 줄였다. 최종라운드에선 후반에만 무려 7타를 줄였다. 18번 홀(파5) 이글은 팬 서비스였다. 켑카는 "1라운드는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편안해졌다. 코스를 돌다 보니 그린의 언듈레이션을 알게 됐다. 라운드를 거쳐가면서 홀에 대해 배우고 축적해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켑카는 '강심장'이다. 상대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보드를 보는 것을 즐긴다. 켑카는 "(리더보드를) 항상 확인한다. 재미있다. 마지막 홀에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프로치를 달리할 수 있겠지만 선두에서 리더보드를 확인하면 여러 가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다만 나에게 중요했던 건 15번 홀 버디와 16번 홀 칩 인 버디였다. 전반적으로 한 번도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고 느꼈다. 나는 경기 중 끌려다녔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켑카의 멘탈 컨트롤 능력도 세계 정상급이다. 그는 "(아무리 상대와 접전을 펼치는 상황이라도) 부담감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다. 마음 먹기 나름이다. 나는 그저 핀에 어떻게 가깝게 붙이냐. 퍼트를 어떻게 할까에 집중할 뿐"이라고 했다.

켑카는 당당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어부지리 1위가 아니었다. 개인통산 5승을 챙긴 켑카는 CJ컵 우승을 통해 이전까지 3위였던 세계랭킹을 1위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켑카는 "믿기지 않는다. 스위스에서 프로선수로 활동했을 때 누군가가 6년 뒤 세계랭킹 1위를 한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이 현실이 됐다. 내년 대회도 기대가 크다. 코스가 어렵지만 흥미롭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국내 유일의 PGA 대회 CJ컵의 인기는 해가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다. 첫 대회 때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수는 총 3만5000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갤러리수는 4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도가 섬인데다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총 4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찾았다는 사실은 제대로 자리를 잡은 CJ컵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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