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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골프장 너무 괜찮은데?'
가성비도 필수다. 아무리 좋은 골프장도 너무 비싸면 즐거움이 반감된다. '가격 대비 좋은 골프장'이어야 한다. 그 다음의 평가요소가 바로 클럽하우스 시설과 편의성, 음식 질과 가격, 직원 서비스 등이다.
거꾸로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퍼블릭 골프장을 가정해 고객의 재방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좋은 상태의 골프장을 싼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다. 그래서 갈수록 골프장 경영환경은 악화일로다. 수요는 주는데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외 골퍼는 줄었는데 골프장은 오히려 많아졌다. 관리비용도 치솟고 있다. 물가상승과 함께 인건비와 부대비용은 점점 늘어난다. 특히 경상비인 고정 인건비는 골프장 경영에 있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여기에 날씨마저 최악이다. 길어진 무더위와 짧아진 봄,가을 등 정상가 운영이 가능한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그렇다고 가격을 선뜻 올릴 수도 없다. 이런 와중에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까다로워진다. 가성비를 따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골프장을 외면한다. 부쩍 똑똑해진 소비자의 요구는 꽤 모순적이다. 고 퀄리티와 싼 가격이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동시에 요구한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 우위 시대가 된 현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고, 고민은 골프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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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둘 중 하나. 양극화 처방이다. 아예 고급화, 프리미엄화 해서 소수에게 비싸게 받든가, 경영효율을 극대화 해 가성비를 높여 손님을 늘리는 박리다매 전략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프리미엄 서비스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 결국 두번째 솔루션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효율적 골프장 경영의 모범사례가 있다. 강원도 춘천시 '스프링베일골프클럽'의 위탁경영을 맡고 있는 권성호 BNBK대표(48)다. 그는 업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가 손만 대면 골프장이 확 달라진다. 그야말로 골프장 경영의 귀재, 마법사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스프링베일골프클럽은 불황을 모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위탁 경영 이후 지난해 매출이 무려 40% 가까이 치솟았다. 주거래 은행에서 이례적으로 위탁운영의 좋은 사례로 평가했을 정도다. 단기간의 놀라운 변화,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권 대표는 철저히 소비자 니즈에 눈높이를 맞췄다. 핵심은 '싸면서도 상태가 좋은 골프장'이었다. 이용단가를 낮추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캐디 없는 셀프라운딩, 인터넷 예약회원에 대한 차등 할인요금제, 직영 식당 등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실용적 골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싸기만 하다고 능사는 아니다. 골프장 상태가 좋지 않으면 외면 받는다. 이 지점에 권 대표의 마법이 있다. 가격이 저렴한데 퀄리티는 비싼 골프장 못지 않다. 어찌된 일일까. 비밀은 권 대표의 전공에 있다. 그는 골프장 품질의 핵심인 잔디 전문가다. 특화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2007년 BNBK란 골프장 토털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렸다. 골프장 전문 아웃소싱업체로 잔디와 코스관리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골프장 코스 관리부터 경기 운영, 식음료, 부대시설 통합관리, 전문인력 공급, 재무 자문 등 골프장 경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 회사에 관리를 위탁한 골프장도 이미 10개가 훌쩍 넘는다. "골프장의 자체관리 비용 증가와 함께 (위탁이)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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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운영에 대한 권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스 품질입니다. 어떤 골프장이든 관리하기 어려운 포인트가 있어요. 이 부분을 집중 개선하는 게 중요하지요. 대회가 가능한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어야 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홀이 마무리 되는 그린 상태는 품질 관리의 핵심이다. 권 대표는 "그린이 무조건 빠른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얼마나 정확한 롤(볼 구름)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호쾌한 샷도 재미있지만 계산한대로 정교하게 떨어지는 퍼팅 피니시는 상급 골퍼들이 느끼는 짜릿한 쾌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그린 관리가 필수다.
전문가 집단에 위탁을 맡긴 골프장은 품질 향상으로 손님과 수익이 늘고, 그럴수록 위탁도 늘어나는 전형적인 윈-윈 구조. 골프업계가 주목할 만한 선 순환 비지니스 모델이다.
지난 10년 간 코스관리를 시작으로 토털 관리서비스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온 그는 '사람'의 중요성을 아는 경영자다. 전문가 그룹인 만큼 사람의 마인드 차이가 만들어내는 서비스 차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목표 역시 사람에 맞춰져 있다. "상장을 통해 지난 10년간 고생해온 직원들의 삶의 질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게 꿈입니다."
그는 귀족스포츠란 이미지 논란을 빚어온 골프가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실용성 있는 골프장 경영을 통해 골프가 진정한 의미의 대중 스포츠로 안착돼야 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골프가 서민운동이 안될 이유가 없어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여야죠. 고객이 외면하기 전에 선제적 서비스로 먼저 다가서야 삽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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