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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in 골프]박성현의 눈물, 고난 속에서 길을 찾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05:20


KILDEER, IL - JULY 01: Sung Hyun Park of Korea reacts after making a birdie putt on the second playoff hole to win the 2018 KPMG PGA Championship at Kemper Lakes Golf Club on July 1, 2018 in Kildeer, Illinois. Park won on the second playoff hole. Gregory Shamus/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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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DEER, IL - JULY 01: Sung Hyun Park (R) of Korea hugs So Yeon Ryu of Korea after making a birdie putt to beat her on the second playoff hole to win the 2018 KPMG PGA Championship at Kemper Lakes Golf Club on July 1, 2018 in Kildeer, Illinois. Park won on the second playoff hole. Gregory Shamus/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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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선수. 박성현(25)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KPMG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였다. 박성현의 눈물. 어떤 의미였을까.

박성현은 2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65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유소연(28),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공동 1위로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한 하타오카가 먼저 탈락했고, 16번 홀(파4)로 옮겨 진행된 2차 연장에서 박성현은 또 한번 버디를 잡아내며 파에 그친 유소연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54만7500달러(약 6억1000만원).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1년 만에 거둔 메이저 2승째이자 LPGA 투어 통산 4승째. 올 시즌에는 5월 텍사스 클래식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개인통산 2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은 극적이었다. 연장 승부 끝 역전승이란 내용도 그랬지만 타이밍도 절묘했다. 자칫 깊은 슬럼프에 빠질 뻔 했던 절망 직전에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 "마지막 퍼팅 직후 나도 모르게 바로 눈물이 났어요. 이전 대회까지 좀 힘들었던 것들이 떠올랐던 것 같아요."


박성현이 KPGA 우먼스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_세마스포츠마케팅
박성현의 2018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메이저 US오픈을 포함, 시즌 2승을 달성하며 신인상은 물론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 1위까지 차지했다.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탄생한 신인 3관왕이었다. 너무 좋은 출발은 괜한 불길함을 낳았다. 호사가들은 '2년차 징크스'를 걱정했다. '첫해보다는 잘 해야 한다'는 생각. 선수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3월 KIA 클래식에서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컷 탈락을 당했다. 4월 LA 오픈에서 또 한번 컷 탈락 했다. '진짜 슬럼프인가'하는 순간 반전이 찾아왔다. 5월 텍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제 부담을 덜지 않을까' 했던 순간, 부진은 끝이 아니었다. 디펜딩챔피언으로 출전한 US오픈 등 3개 대회에서 잇달아 컷 통과에 실패했다. 더욱 암담해진 상황. 주위의 표정마저 어둡게 물들 무렵 박성현은 2번째 메이저 우승이란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야말로 컷 탈락 아니면 우승 하는 극과극 페이스. 평균은 많이 까먹었지만 우승으로만 따지면 지난해 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KILDEER, IL - JULY 01: Sung Hyun Park of Korea makes a birdie putt on the second playoff hole to win the 2018 KPMG PGA Championship at Kemper Lakes Golf Club on July 1, 2018 in Kildeer, Illinois. Park won on the second playoff hole. Gregory Shamus/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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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화두는 부담감 극복이다. 저변에는 퍼팅 고민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라운드 당 퍼트 수는 30.3개(106위). 퍼트가 편하지 않으니 쓸데 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샷을 핀에 꼭 붙여야 한다는 부담도 커진다. 코스 매니지먼트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연결 리듬을 잃기 일쑤. 말 그대로 퍼팅 발 총체적 난조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퍼팅 고민이 조금씩 해결될 조짐이다. 박성현은 대회를 앞두고 퍼트에 관한 모든 것을 바꿨다. 퍼터를 바꿨고, 루틴도 바꿨다. 승부수가 제대로 먹혔다. 이번 대회 4라운드 퍼트 수가 27-29-31-27개로 라운드 당 평균 28.5개로 줄었다. 스스로도 "퍼터를 바꾼 것도 물론 도움이 됐고, 특히 루틴을 바꾼 것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한결 편안하게 경기를 했다"며 만족해 했다.

'퍼팅발 연쇄 불안감'이 가시자 경기 흐름도 물 흐르듯 흘렀다. 그린플레이에 자신이 생기면서 샷도 덩달아 편안해졌다. "큰 문제보다는 작은 문제였던 것 같아요. '연결'이 잘 안 되는 듯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잘 맞춰진 느낌입니다."


박성현이 '남다른' 것은 시원시원한 장타를 펑펑 날리는 운동능력 만이 아니다. 더 대단한 점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끈기다. 진정한 슈퍼스타는 '고난'을 넘어 탄생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도전에 그는 '제 방식대로' 응전하고 있다. 눈물을 왈칵 쏟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려 애썼다.

왕관을 쓴 자,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했던가. 정상에 선 자는 매일 매일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몽과 싸운다. 박성현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 노력 뿐이다. 좌절감 속에서도 박성현은 나아지려는 노력, 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심한 업다운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길을 찾았다.

"힘든 한 해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오늘 우승한 박성현. 내일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정상에 선 자의 숙명, 그 또한 지나가고 그렇게 익숙해진다.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만들어 낸 박성현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그의 골프 인생에 있어 올해는 작년보다 더 위대한 시즌인지 모른다.


KILDEER, IL - JULY 01: Sung Hyun Park of Korea reacts after making a birdie putt on the second playoff hole to win the 2018 KPMG PGA Championship at Kemper Lakes Golf Club on July 1, 2018 in Kildeer, Illinois. Park won on the second playoff hole. Gregory Shamus/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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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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