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 3번의 눈물, 유소연 30개월 기다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4-03 16:07


ⓒAFPBBNews = News1

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

이날 렉시 톰슨(미국)은 세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 먼저 톰슨은 12번 홀(파4)이 끝난 뒤 경기위원에게 4벌타 통보를 받은 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3라운드 17번 홀(파3) 상황이 문제가 됐다. 볼 마크를 그린 위에 올려놓은 뒤 볼을 집어 들고 다시 놓을 때 최초 볼을 집어 올린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놓았다는 설명이었다. 이 문제를 경기위원회에 제기한 건 다름아닌 TV 시청자였다. 중계방송에 톰슨이 최초 볼을 집어 올릴 때는 볼 마크가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볼을 내려놓았을 때는 볼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2016년 세계 골프 룰을 총괄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 Rules Limited)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 승인한 골프 규칙 20-7c(오소에서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경기자가 오소에서 스트로크한 경우 그는 해당되는 규칙에 의하여 2벌타를 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또 톰슨은 규칙 6-6d 예외(홀에 대한 스코어 오기)에 대해서도 적용받아 2벌타를 맞았다. 스코어카드에 벌타를 포함시키지 않아 실제 타수보다 적은 스코어를 제출했다면 실격 처리된다. 그러나 이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며 예외 규칙이 생겼다. 선수가 스코어카드 제출 전 규칙 위반을 몰랐을 경우 실격은 아니라는 예외 규칙을 적용받는다. 이에 대한 페널티는 2벌타다. 선수도, 경기위원회도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가 규칙 위반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한꺼번에 4타를 잃은 톰슨은 억울함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톰슨은 순식간에 3타차 단독 선두에서 5위로 순위가 추락했다. 톰슨의 정신력이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던 상황. 하지만 톰슨의 멘탈은 강철이었다. 날벼락 통보를 받은 직후 13번 홀(파4) 버디를 포함해 두 타를 줄였다.

톰슨의 두 번째 눈물은 버디가 필요했던 18번 홀(파5) 두 번째 샷을 한 뒤 흘러나왔다.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선글라스로 눈을 가렸지만 자신의 이름을 연호한 수많은 갤러리 덕분에 톰슨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마지막 눈물은 유소연(메디힐)과의 연장 접전 끝에 패한 뒤 흘렀다. 톰슨은 "당시 상황은 정말 고의가 아니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플레이한 것에 만족한다"며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원래 난 굉장히 감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내 안에 또 다른 강한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캐디의 도움과 팬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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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을 연장 접전 끝에 꺾고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퀸'에 등극한 유소연은 "네 번째 우승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메이저에서 해서 더 특별하다"며 활짝 웃었다. 2012년 US오픈 우승으로 신인왕을 거머쥔 유소연은 이후 '꾸준함의 대명사'란 별명을 얻었지만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후 우승을 더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지난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준우승을 거뒀던 유소연은 지난달 KIA 클래식에서도 공동 2위에 랭크됐다. 우승없이 시즌 상금 선두를 달리던 유소연은 드디어 '한'을 풀었다. 시즌 다섯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신고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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