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만에 부활, 세계최강 女골프 금빛 역사 쓸까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7-25 18:29


사진제공=큐브커뮤니케이션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계올림픽에서 골프 종목이 열렸던 건 지금까지 딱 두 차례였다. 1900년 파리올림픽과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이다.

그렇다면 지난 110여년간 골프는 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던 걸까. 올림픽 헌장 제52조에 근거한 정식종목 채택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는 '어떤 종목이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선 최소한 4개 대륙 75개국에서 남성에 의해 널리 시행되고 있고 동시에 최소한 3개 대륙 40개국 이상에서 여성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종목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모든 종목은 최소한 해당 올림픽이 열리기 7년 전부터 올림픽 프로그램에 채택돼야 한다고도 적혀있다. 그리고 하나의 통일된 국제연맹이 존립해야 하며 적어도 두 개 이상의 국제대회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반대 여론도 다양했다. 귀족스포츠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 아마추어 정신을 내세우는 올림픽에서 고도로 상업화된 골프는 맞지 않는다는 점, 골프대회는 타 종목에 비해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 긴 시간이 소요돼 경기 운영과 TV중계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점 등이 지적됐다.

하지만 2009년 기류가 바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골프를 정식정목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112년 만의 부활이었다.


디펜딩챔피언 전인지가 US여자오픈에 출전에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사진제공=KLPGA
이 의미있는 올림픽에 나설 태극낭자는 총 네 명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세계랭킹에 따라 박인비(28·KB금융그룹) 김세영(23·미래에셋) 양희영(27·PNS창호)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리우올림픽에는 국가별로 랭킹이 높은 두 명이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세계 랭킹 15위 안에 네 명 이상이 들어 있는 국가는 네 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세계랭킹 3위 박인비, 5위 김세영, 6위 양희영, 8위 전인지(이상 11일 기준)가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한국 여자골프의 대들보' 박세리 여자골프대표팀 코치와 동행하는 태극낭자 사총사는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림픽 참가 여부가 가장 큰 화두였던 박인비는 최근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에서 벗어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 불참과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던 브리티시 오픈 타이틀 방어까지 포기하면서 올림픽 출전에 전념하고 있다. 박인비는 "타이틀 방어에 나서지 않는다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부상 회복을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쉽지만 이제는 리우올림픽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영 양희영 전인지도 실전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선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여자골프대표팀은 25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거니 메리트 클럽(파72·6668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에서 미국과 싱글 매치플레이를 펼쳐 2승2패(승점 4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예선 승점 8점을 더해 최종 12점을 적어낸 한국은 미국(13점)에 한 점차 뒤져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태극낭자 사총사는 브리티시 오픈을 최종 모의고사 삼은 뒤 브라질로 건너가게 된다. 김세영은 "브리티시오픈은 올림픽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인지는 "언니들을 도와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내가 이기지 못해 아쉽다. 이번 경험을 잘 살려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남자골프대표로는 안병훈(25·CJ)과 왕정훈(21)이 참가한다. '맏형'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리우행을 포기하면서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세 번째로 높은 왕정훈이 출전 자격을 얻게 됐다. 안병훈은 '탁구 커플'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이다. 특히 안병훈은 남자탁구대표팀 코치인 아버지 안재형과 이번 리우올림픽을 함께 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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