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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주흥철, 심장병 아들에게 우승 트로피 받쳐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4-06-29 18:48


8년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주흥철이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리던 아내와 아들을 끌어안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KPGA



"아들아, 너는 절대 골프하지 마라."

데뷔 8년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주흥철(33)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 수술을 받은 18개월 아들에게 남긴 말이다. 무명 골프 선수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흥철이 29일 전북 군산의 군산CC(파72·7208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총상금 3억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8m 가량의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주흥철은 퍼터를 던진 뒤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린 주변에서 우승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와 아들이 눈에 들어오자 주흥철의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동갑내기 아내 김소희씨도 눈물을 쏟아냈다.

주흥철은 마지막날 4라운드서 보기 2개에 버디 4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주흥철은 사흘간 선두를 지키며 통산 3승을 예약했던 허인회(27)를 2타차로 밀어내고 생애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은 6000만원.

이로써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는 7개 대회중 5개 대회서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마지막 18번홀을 남기고 1타차 불안한 리드를 지켰을 때만 해도 주흥철의 우승은 장담할 수 없었다. 단독 2위인 허인회가 두 번째샷을 핀 2.5m에 떨궈 동타를 이룰 수 있는 버디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흥철은 쉽지 않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7년에 투어에 데뷔한 주흥철은 우승없이 지난 2008년 조니워커불루라벨오픈 2위가 최고 성적이다. 시즌 최고 성적은 상금 순위 15위를 차지한 2012년이다. 그 해 7월에 결혼한 주흥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찾아왔다. 12월에 태어난 아들 송현이가 심장질환을 앓았기 때문이다. 수술이 잘 돼 현재 거의 완치단계지만 그 기간 주흥철과 그의 아내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주흥철은 "아내가 지난해 류현우 프로가 우승할 때 18번홀 그린에서 아들을 안아 주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부러워 했다.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 상금은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중곤(22)이 단독 3위(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에 입상한 가운데 작년 신인상 수상자 송영한(23·신한금융그룹)이 1타를 줄여 단독 4위(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김우현(23)은 공동 13위(최종 합계 4언더파 284타)에 그쳤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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