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25·한국명 위성미)가 '소녀티'를 벗어 던졌다.
미셸 위의 변화는 올시즌 초반부터 감지됐다. '천재소녀'를 넘어 '골프여왕'으로 등극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2살이던 지난 2002년 미셸 위는 최연소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출전했다. 전 세계 골프계가 주목했다. 다음해엔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나가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당시 '골프여제'였던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경기를 펼치며 샛별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천재소녀'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2005년 LPGA 챔피언십 2위, 브리티시오픈 3위에 오르는 등 메이저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남자 대회에도 출전한 그는 세계적인 기업과 거액의 후원 계약을 맺으며 2005년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이후 미셸 위의 성적은 '천재'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했다. 2009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뒀으나 꾸준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2012년에는 23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에 가까운 10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세계랭킹마저 60위권으로 추락했다.
무엇보다 퍼팅 난조가 문제였다. 지난해 미셸 위는 독특한 퍼팅 자세를 들고 나왔다. 퍼트할때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였지만 미셸 위는 밀어붙였다. 미셸 위는 "박인비나 신지예 등 퍼팅을 잘하는 선수를 보면 키가 작은편인데 아무래도 퍼팅에선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1m83의 큰 키가 샷에는 도움이 되지만 퍼팅때는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0∼2012년까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30개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29.88개로 줄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보여준 퍼트는 그간의 불안함을 떨쳐 내기에 충분했다. 최근 3년간 70%가 되지 않던 그린 적중률이 80%를 넘겨 올 시즌 LPGA 투어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아이언샷도 향상됐다. 2012년 미국 명문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이후 골프에 전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올해 미셸 위는 LPGA 투어 대회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 KIA 클래식의 공동 16위일 정도로 기세가 무섭다. 2주 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에 밀려 첫 메이저 우승의 기회를 놓쳤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단독 3위에 올랐다. 미셸 위와 공동 2위로 경기를 시작한 김효주(19)는 4위(10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미셸 위를 포함해 김효주 등 한국(계) 선수들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의 검은 리본을 머리에 달고 라운드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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