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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폴터(36·잉글랜드) 홍순상(30·SK텔레콤) 등 유럽과 한국을 대표하는 패셔니스타의 의상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폴터는 골프 의류 전문 브랜드인 IJP 디자인을 론칭한지 5년이 넘었다. IJP 디자인은 발렌타인 챔피언십의 공식 의류로 지정되기도 했다. 홍순상도 패션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타이거 우즈(37·미국)는 4라운드마다 승리의 빨간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어 화제가 됐다. '패션'은 필드 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또 다른 창구다.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발렌타인 챔피언십. 지난 27일 2라운드가 끝난 뒤 VIP 마키텐트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양용은이 자신의 패션에 대해 언급했다. 대회 주최측 관계자가 '몇년전부터 톡톡 튀는 의상을 입는 것 같다. 원색을 입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가 패션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밝은 색의 옷을 입게 되면서 점점 성격이 밝아지게 됐다. 의상이 골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양용은은 어린 시절 그리 부유하지 않았다. 골프 선수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도 생활비를 벌고, 연습할 장소를 제공받기 위해 골프클럽에서 일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부유하지 않은 환경, 19세에 골프를 시작하기까지 했던 보디빌더 생활 등 옷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그의 삶이다. 하지만 2009년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양용은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다. 연습 뿐만 아니라 골프에 도움이 될만한 주변 환경까지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다. 패션이 그 중 하나다.
두 번째 이유는 아내와 의류 후원업체의 입김(?) 때문. 양용은의 코디는 아내와 의류후원업체 르꼬끄골프가 맡아서 한다. 르꼬끄골프는 2009년 양용은과 후원계약을 연장한 뒤부터 주요 대회에 앞서 양용은의 1~4라운드 의상을 미리 공개한다. 라운드별 주제가 있을 정도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백의 민족' 의상을 주로 입는다. 양용은은 "회사의 색감도 밝은 편이고 주로 나에게 밝은 색 옷을 많이 준비해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이유는 팬들과 친구에 대한 배려의 뜻이 숨겨져 있다. 그는 "미국에 진출해서도 처음에는 검은 색 옷을 많이 입었다. 그런데 대회 후 멀리서 나를 보기 위해 찾은 친구들이나 팬들과 얘기해보면 나를 알아보기 힘들다고 하더라.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튀거나 밝은 색상의 옷을 입으면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이 나를 빨리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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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은 발렌타인 챔피언십 2,3라운드에서 주황색과 흰색으로 코디한 의상을 입고 대회에 출전했다. 2라운드에서는 흰색 하의에 흰색과 주황색이 섞인 상의를 입었다. 3라운드는 반대였다. 주황색 하의에 흰색 상의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상의 가운데 검은색이 그라데이션된 흰색 폴로셔츠를 입었다. 그러나 그의 뒷 모습은 흰색으로 통일된 '백의 민족' 패션이었다. 패션의 진화에 대한 평가는 한 결 같다. '2000년대보다 더 요즘 더 젊어진 것 같다.'
이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